[문화수첩] 길고 긴 대학로의 겨울 '희망은 있다'
기사입력 1999년 03월 05일 15시 24분
서울 대학로의 한 허름한 소주집. 공연을 끝낸 젊은 배우들이 술을 마셨다. 이들은 요즘 관객들의 취향, 연극성의 회복 등에 대해 이야기 했다.
이들이 나눈 얘기의 핵심은 `가난한 예술'로 불리는 연극을 하면서 살아남을 수 있는 `연극 생존법'이었다. 취기가 더해질수록 격정적이 되었고 비감스런 울분 마저 보였다.
이들의 슬픔은 곧 대학로의 슬픔이다. 최근 서울 대학로는 극장들이 운영난으로 문을 닫거나 운영자가 바뀌고 극단들도 해체되면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연극화해 잘 알려진 극단 까망(이용우)의 전용소극장이 지난 1일 문을 닫았다. 극장 인수자를 찾지 못해 결국 극장을 완전히 폐쇄하고 극단마저 해산했다.
최근 들어 경영난으로 소유권이 바뀐 대학로의 소극장은 여러 곳. 극단 성좌가 운영하던 성좌소극장은 극단 목화가 인수했으며 극단 연우무대는 극단동인들이 공동으로 떠맡아 운영하고 있다.
이들 극장들은 순수연극계 내에서 운영자만 바뀐 경우지만 극단 민중의 J아트홀과 극단 춘추의 미리내소극장은 주인이 바뀐 뒤 컬트개그 같은 작품들을 공연, 순수연극이 설 자리를 아예 잃어버렸다.
한 극단 대표는 "단원 급여는 물론 임대료조차 주기 힘든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면서 "우수작품 지원과 저질연극을 추방할 수 있는 방안 등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새로운 제작방법을 모색하면서 활로를 찾는 극단들도 있다. 공연기획 이다는 교육사업을 하는 넥스웨이인터내셔널과 새로운 연극제작방법을 시도한다.
올해부터 2년동안 넥스웨이는 제작비와 협찬사 섭외 마케팅을 책임지며 공연기획 이다는 순수작품제작을 맡아 첫 작품으로 18일부터 정보소극장에서 `통일 익스프레스'(오태영 작, 이상우 연출)를 공연한다. 삼성영상사업단이 제작비를 대고 작품제작은 순수영화인들이 맡은 히트영화 `쉬리'와 같은 제작형태다.
뮤지컬 단체들은 `나홀로 가 아닌 함께 만들기' 형태의 컨소시엄구축을 모색하고 있다.
대학로의 한 기획자는 남긴 한마디가 귀를 울린다. "혼자 가기 힘들땐 같이 갈 수 있는 친구를 찾아야죠."
[박용재 문화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