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탐사대] 아시아하이웨이 (4)중국
기사입력 1998년 03월 12일 15시 33분
아침에 깨어나보니 중국이었다.
전날 베트남 하노이발 중국 북경행 기차를 탄 것이 어렴풋하게 기억이 났다.
워낙 장거리 여행이어선지 가끔씩 정신이 가물가물하다.
얼마나 달렸을까. 기차가 계림역에 정차했다.
밖으로 나가니 제법 쌀쌀하다.
솜바지를 입은 중국인들은 반바지 차림의 우리들을 원숭이 보듯 한다.
계림역에서는 사건이 있었다. 징징 울고있는 한국 여학생 3명을 발견한 것.
단체로 배낭여행을 왔는데 타고 온 기차를 놓쳤단다. 일행과 헤어진 지 2∼3시간이 지났다니 찾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우리는 차장 몰래 그 여학생들을 기차에 태웠다.
동포를 만난 반가운 마음에 한참을 이야기 꽃을 피우다 남학생들은 칼잠을 자기로 하고 새 손님들에게는 침대를 1개씩 제공했다.
북경이 가까워오면서 날씨는 점점 추워졌다.
이튿날, 기차는 줄기차게 달렸고 해가 질 무렵에야 북경도착 안내방송이 나왔다.
북경같은 대도시에 흉악한(?) 몰골로 도착할 수는 없다는데 모두 동의했으나 기차안에 목욕탕이 있을리 없었다.
생각끝에 차장 눈을 피해 뜨거운 식수로 까치집이 된 머리라도 감기로 했다.
그러나 `때빼고 광내기'는 다섯사람째 일을 마쳤을때 끝나고 말았다. 차장이 달려와 제지한 것. 차장은 노발대발했지만 우리는 이제 곧 기차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생각에 즐겁기만 했다.
예정 소요시간보다 3시간이 더 걸려 57시간만에 북경에 도착했다.
연변서 온 조선족이 운영하는 식당 `장백산'에서 양고기 샤브샤브를 즐기며 쫑파티를 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처음 만난 사람들이었지만 십년지기 친구같았다.
때로는 폭염속을, 때로는 퍼붓는 빗줄기를 뚫고 아시아하이웨이 7천㎞의 먼 여정을 함께하는 동안 마음과 마음이 통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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