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출판계를살리자] (2) 정부 출판 육성의지 보여야
기사입력 1998년 03월 05일 14시 53분
최근 국내 서적도매상 가운데 1, 2위 자리를 지키던 보문당과 송인서림이 부도를 맞자 출판인들은 "마침내 올 것이 왔다"며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일 서울 사간동 출판문화회관 4층 강당. 보문당의 채권사들인 270여개 출판사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보문당 부도사태와 관련, 긴급 대책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출판인들의 표정은 참담했다. 이번 보문당 부도사태가 단순히 한 서적도매상의 부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출판공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날 회의에서 출판인들은 "출판계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근대적인 출판유통 시스템을 현대화하는 등 출판계의 자구노력이 필요하다"면서도 "그러나 그보다 선행돼야 할 것은 정부의 출판문화산업 육성의지가 가시적으로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언호 한길사 대표는 "`출판문화산업 살리기 국민대회'를 열자"는 제안까지 하여 출판인들의 절박한 심경을 대변하기도 했다.
이같은 주장은 대한출판문화협회가 3일 발표한 `최근의 도매서점 연쇄부도사태에 따른 출판계 회생을 위한 긴급 건의서'를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출판인들은 건의서를 통해 보문당과 송인의 부도사태로 출판－서점업계가 공황상태에 놓여있다면서 ▲책도매상의 부도사태에 대해 사정당국이 객관적이고도 책임있는 실태조사와 적절한 조치를 해줄 것 ▲건실한 대형기구를 만들 수 있도록 장기저리로 500억원을 긴급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출판인들은 또 "책문화는 위대한 국민정신의 발원이자 국가 경쟁력의 원동력"이며 "21세기야 말로 출판문화를 국책의 제일순위에 올려 소중히 가꾸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자성론을 펼치는 의견도 만만찮다.
민음사 박맹호 대표는 "두 대형 도매상의 부도는 예정된 것이었다"며 "50년 출판 난맥상이 IMF 한파로 된서리를 맞으며 곪아터진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박대표는 "앞으로 출판계와 출판인이 살아남으려면 출판계의 고질적인 유통구조상의 문제점들을 과감히 수술, 생존전략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