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 천원전] ○강만우 8단●유창혁 9단
기사입력 1998년 02월 26일 15시 30분
제5보(48∼62)＝지금 판은 극단으로 흐르고 있다. 한마디로 `죽느냐, 사느냐'이다. 이렇게 된 것은 전보에서 흑이 @로 욕심을 냈기 때문. 백으로선 광활한 하변을 통채로 흑에 내줄 수 없었기에 이제 이 판의 운명은 하변 흑진 파괴에 달려 있다.
예상은 했겠지만 백이 막상 이렇게 나오자 흑의 절박함도 마찬가지. 흑으로서도 백을 잡지 못한다면 보가인 하변 일대가 깨진 터라 그대로 집부족증에 걸리기 쉽다. 즉 흑백간 이 백말의 삶이 곧 승패와 직결된다고 하겠다.
백 48로 끊어왔을 때 흑으로선 첫번째 작전의 기로. 실전 흑 49는 강력한 대응으로 백을 통째로 잡겠다는 의지의 표현인데 이 수로 [참고도] 흑 1로 모는 수도 있었다. 그러면 백 2가 준비된 수로 7까지 될 곳. 물론 이렇게 두었으면 흑으로서 하변을 어느 정도 고수할 수는 있었다.
그러나 프로는 확실한 경우를 제외하곤 이렇듯 먼저 손해를 보고 들어가는 것을 본능적으로 지양한다. 또한 `세기의 공격수' 유 9단으로서야 말할 나위도 없겠다.
흑 49로 몬 이상 이젠 타협의 여지가 없어졌다. 따라서 백도 50 이하 필사적이다. 단 백 52, 54는 흑 53, 55와 교환되어 아까운 감도 없지 않다.
살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임은 인정하지만 흑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백으로선 그런 사소함에 신경쓸 여지가 없다. 하변 흑진에 침투한 백말이 살 수만 있다면 그 보다 더한 손해도 감수할 각오가 되어 있는 것.
고수의 바둑은 상대가 한수씩 놓을 때마다 형세가 달라 보인다고 했던가. 처음엔 뭔가 위태롭게만 보이던 백말이 50부터 58까지 돌수가 늘어나자 만만치 않음을 느낄 수 있고 재차 흑 59, 61에 또다시 위험해 보인다. 아무튼 백 62의 급소에 흑은 어떻게 대응할지….
[해설．김재구 8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