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슈퍼리그] 20년우정 20년라이벌
기사입력 1998년 02월 20일 16시 26분
20년 라이벌이 벼랑끝에서 다시 만났다.
98배구슈퍼리그 여자부 최종결승（24일∼3월1일．잠실학생체육관）에서 맞붙는 LG정유 김철용（44） 감독과 SK케미칼 유화석（45） 감독.
이들은 20여년 동안 애증의 세월을 함께 한 절친한 친구이자 라이벌이다.
부산 성지공고 출신의 김철용 감독과 대경상고를 졸업한 유화석 감독은 70년대 중반 한때 남산공전 배구팀에서 한솥밥을 먹던 동료였다.
현역시절 끝내 무명선수 딱지를 떼지못한 이들은 일찌감치 지도자로 눈길을 돌렸다.
80년대 초반 이들은 같은 재단인 일신여상（김철용） 일신여중（유화석） 코치로 다시 만나 "선수시절 못다 이룬 꿈을 후배들을 통해 이뤄보자"며 의기투합했다.
유감독은 일신여중 선수들을 혹독하게 조련시켜 일신여고에 입학시켰고, 김감독은 이를 바탕으로 화려했던 일신여상 118연승을 일궈냈다.
김감독이 지난 87년 호남정유（현 LG정유） 사령탑으로 전격 스카우트된 것도 이같은 유감독의 협조가 큰 역할을 했다.
피를 나눈 친형제나 다름없던 이들이 라이벌로 바뀐 것은 지난 94년 유감독이 선경（현 SK케미칼） 사령탑에 오르면서 부터.
유감독은 그해 슈퍼리그에서 92연승을 질주하던 김철용 감독의 LG정유를 꺾는 이변을 연출, `100연승'에 집착하던 김감독에게 뼈아픈 패배를 안겨줬다.
지난 97슈퍼리그 결승에선 SK 유감독이 눈물을 떨구었다.
팀 창단 사상 처음으로 정상에 도전했던 SK는 LG의 아성에 무릎을 꿇으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이제 이들이 나누는 악수는 어색할 뿐이다.
이들은 오는 24일부터 잠실학생체육관에서 5전3선승제로 또 다시 피말리는 벼랑끝 승부를 벌인다.
[김 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