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시사회] 타이타닉 '사랑은 침몰하지 않았다'
기사입력 1998년 02월 18일 15시 31분
`타이타닉(Titanic)'.
1912년 4월 10일, 영국의 사우스햄프턴 부두를 떠나 프랑스 셸부르항을 거쳐 뉴욕으로 항해하던 역사상 가장 호화로운 여객선. 1천500여명의 승객과 700여명의 승무원 등 모두 2천 223명을 태우고 대서양을 횡단하던 이 꿈의 여객선은 항해 4일만에 빙산과 충돌, 차가운 대양 아래로 침몰했다.
타이타닉의 비극적 항해는 이후 영국과 미국에서 여러차례 영화로 만들어졌다. `타이타닉호의 최후(A Night to Remember)'나 `타이타닉(Titanic)' 등이 그것들.
제임스 카메룬 감독의 `타이타닉'은 이를 소재로 한 영화의 대단원과도 같은 작품. 적어도 앞으로 10년안에는 도저히 다시 만들어질 수 없을 영화다.
2억8천만달러(약 4천500억원)라는 엄청난 제작비가 투입됐으나 그만한 돈이 들어가 `제대로 된 영화'로 탄생됐다.
이제까지 최고의 제작비로 기록된 영화는 1억7천만달러의 `워터월드'. 그러나 `워터월드'는 돈만 많이 든 영화라는 혹평을 받았다.
제임스 카메룬은 `타이타닉'을 스케일 큰 재난 영화로만 놓아 두지 않았다. 아름다운 사랑을 축으로 드라마를 끌어가면서도 휴머니즘을 놓치지 않았고, 액션도 가미했다.
돈 때문에 마음에도 없는 상류사회 남자와 결혼하게 된 로즈(케이트 윈슬렛)가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3등 객실 승객 잭 도슨(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가 주된 드라마.
겨우 4일간 펼쳐지는 이야기지만 신분을 뛰어넘은 이들의 러브 스토리는 관객의 심금을 울린다.
마침내 서로 사랑을 확인했으나 타이타닉이 빙산에 충돌, 타이타닉은 일순간 아비규환으로 변한다. 턱없이 모자라는 구명 보트에 억지로 로즈를 태우고 홀로 타이타닉에 남은 잭. 그의 얼굴에는 죽음의 그림자대신 비록 짧았으나 아름다운 사랑을 얻었다는 기쁨이 배어 있다.
이순간 로즈는 구명 보트를 박차고 나온다. "오, 내가 왜 당신과 떨어지려고 했나요"라면서.
거대한 타이타닉이 두 동강난 채 바닷속으로 침몰하고 난 뒤, 나뭇조각에 겨우 로즈만을 올려놓고 곁을 지키는 잭. 그리고 끝내 사랑하는 로즈만을 남기고 깊은 바닷속으로 잠기는 잭의 얼굴은 `사랑의 위대함'으로 가득하다.
3시간 14분의 러닝타임 중 빙산에 충돌하고 난 뒤 침몰하기까지의 시간이 무려 1시간 40분에 이를만큼 제임스 카메룬은 연출에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20일 서울극장)
[이창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