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3전4기(22)
기사입력 1998년 01월 30일 15시 58분
마당쇠는 사육사들이 시체가 되다시피 한 팔철을 끌고 나가는 것을 본 뒤에야 비로소 왕이 됐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세상이 바뀌었다.
가장 큰 변화는 물론 호랑이공화국의 문패가 팔철에서 마당쇠로 바뀌었다는 것이었다.
마당쇠는 만감이 교차했다.
그동안 왕권 경쟁에 나설 때마다 1대2의 숫적 열세 때문에 번번이 무릎을 꿇어야 했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뜻하지 않은 쌍대의 도움으로 2대1로 유리한 싸움을 펼쳐 비교적 쉽게 이길 수 있었던 것이다.
마당쇠만큼 기쁜 것은 쌍대였다.
정치 서열로만 치면 팔철 정권 시절에 이어 여전히 `넘버 2'여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팔철에게 맺힌 한을 풀고 새로운 정권에서도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쌍대야말로 이번 정권교체에서 가장 짭짤한 재미를 본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었다.
마당쇠 역시 자신이 4번째 도전 끝에 왕이 된 데에는 쌍대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역대 다른 정권이 그랬듯이 새로운 정부는 곧 암컷 분배에 들어갔다.
마당쇠는 사파리의 암컷 6마리 가운데 암컷 3마리를 쌍대에게 내줬다.
왕이 다른 호랑이와 같은 수의 암컷을 거느린다는 것은 파격적일 뿐아니라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마당쇠는 쌍대가 그만큼 자신의 집권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수가 같다고 질마저 같을 수는 없는 일.
마당쇠는 미인 서열 1,2,5위를, 쌍대는 3,4,6위를 각각 나누어가졌다.
호랑이나 사자 사회에도 분명히 `미녀'는 존재한다.
물론 사람처럼 얼굴을 따지는 수컷은 없지만 허리가 잘록해 전체적으로 늘씬하게 쭉 빠진 암컷이 인기 최고다.
사파리가 생긴 이래 최고 권력자 곁에는 언제나 가장 늘씬한 암컷이 곁에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마당쇠가 암컷을 무려 3마리나 내주고도 그런대로 만족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같은 까닭이다.
호랑이공화국은 새로운 왕의 등극과 함께 역사의 한획을 긋게 됐다.
다만 마당쇠의 아들 호걸과 팔철의 아들 호구는 마치 아버지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98년 겨울에 나타난 것처럼 대권경쟁을 펼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