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주소지 변경 성적표 위조 불사
기사입력 1998년 01월 21일 15시 02분
성적표가 가정으로 우송될 시기가 되면서 `나쁜 성적'을 무마하기 위한 갖가지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성적이 나쁘면 용돈의 삭감, 학업 이외의 대외활동 금지, 연애사업 감시 등 혹독한 처벌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나쁜 성적표를 받게 될 게 유력시되는 학생들이 이같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수법은 주소변경.
집주소를 다른 곳으로 바꿔 놓아 성적표가 엉뚱한 곳으로 배달되게 하는 것으로, 최근 대부분 대학에서 학교전산망과 연결된 인터넷을 통해 주소변경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해 학생들사이에 널리 쓰이는 방법이다.
컴퓨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학생들은 보다 정교한 방법을 택한다.
스캐너로 성적표를 위조하는 것.
이런 경우 학부모들이 깜빡 속아 넘어가기 쉬워 아예 컴퓨터조작에 능한 일부 학생들은 친구들로부터 수고비를 받고 가짜 성적표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몸으로 때우는 `효자 효녀형'도 많다.
성적표나올 때가 가까워지면 평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설거지나 집안청소 등을 알아서 척척해 미리 점수를 따놓는 것.
이런 아부형은 부모로부터 의심받지 않기 위해 성적표가 나오기 약 1∼2주일전부터 차근차근 `변신'에 들어간다.
교수를 험담해 부모님의 동정을 사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시험을 잘 못 보거나 제출한 레포트가 부실해 학점이 나쁠 게 확실시되는 과목은 일찌감치 부모앞에서 담당교수를 험담한다.
"모 교수는 `F학점 폭격기'"라거나 "예쁜 애들만 편애한다"는 등 학업에 소홀한 죄를 엉뚱한 담당교수에게 뒤집어 씌우는 것.
김진철군(21．K대 2년)은 일부 학생들의 이같은 행동에 대해 "부모를 속여 당장은 위기를 모면하겠지만, 그렇다고 나쁜 성적이 어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대학인들도 이제는 지성인에 걸맞은 행동을 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김희영 명예기자(성균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