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비화X파일] 마약꽃뱀(하)
기사입력 1998년 01월 16일 15시 31분
부동산중개업자 김영준（38．가명）도 이영희（가명．30）의 마수에 걸려 히로뽕의 세계에 빠져든 경우.
94년 12월, 김영준은 단골 나이트클럽 종업원의 소개로 이영희를 처음 만나 술을 한잔 한 뒤 경기도 안양의 한 여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영준이 옷을 벗기려고 하자 이영희는 히로뽕을 맞고 성관계를 하면 훨씬 좋다며 핸드백에서 1회용 주사기를 꺼냈다.
김영준은 히로뽕을 한번 맞으면 끊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숱하게 들어왔기에 거절하고 싶었지만 상상도 못할 쾌감을 얻을 수 있다는 유혹을 뿌리칠 수 없었다.
난생 처음 히로뽕을 경험한 김영준은 이날 이후 상습적인 히로뽕 투약자가 됐다.
도배사로 월 200여만원의 수입을 올리던 유정호（37．가명）도 레스토랑 여종업원의 소개로 이영희를 알게 돼 히로뽕을 접하게 됐다.
이영희는 친구인 레스토랑 여종업원을 통해 유정호가 이혼후 상심해 있다는 말을 듣고 손쉬운 먹이감이라고 판단, 소개를 부탁한 것.
유정호는 이영희가 히로뽕을 투약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던 터여서 본론부터 꺼냈다.
"히로뽕 갖고 있다면서 정말이야?"
"지금 당장은 없어요. 한번 알아볼게요."
그러나 며칠 안으로 연락을 주겠다던 이영희는 이듬해가 지나서야 연락을 해왔다.
"답이 늦었죠? 교도소 잠깐 들어갔었어요."
"빨리 나와서 다행이군. 지난번에 부탁했던 물건은 아직도 구할 수 있지?"
선불을 받은 이영희는 며칠 뒤 물건을 구했다며 유정호를 불러냈다.
두사람은 천안의 한 국도변 휴게소에서 히로뽕을 맞았고, 유정호는 이날 이후 상습적인 히로뽕 투약자가 됐다.
이영희는 소량의 히로뽕이라도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재력만 있으면 가리지 않고 만났다.
이영희의 범죄 행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서울지방검찰청 마약수사반이 전국에 수배령을 내리자 이영희는 직장까지 옮기면서 숨어다녔으나 지난해말 새 직장에서 근무하다 체포됐다.
고등학교 중퇴후 영화배우를 꿈꿨던 이영희는 6년 동안 술집 종업원으로 일하다가 우연히 히로뽕을 맞은 뒤 파멸의 늪에 스스로 빠져들었다.
히로뽕판매조직원으로부터 싸게 구입한 히로뽕을 잠자리를 함께 하고 싶어하는 남성에게 비싼 값에 판 뒤 투약도 하고 성관계도 갖는 `마약 꽃뱀'이 된 것이다.
서울지검 마약단속반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통해 히로뽕판매조직원들이 미모의 여성들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미모를 무기로 남성들의 성적인 호기심을 자극해 히로뽕을 전파하는 여성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X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