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3전4기(9)
기사입력 1998년 01월 14일 15시 43분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마당쇠는 사파리로 통하는 문을 넘어서자 책으로 가득 찬 책꽂이가 넘어진 것처럼 머리가 복잡했다.
우선 사파리로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이 감격스럽기도 했지만 곧 닥칠 팔철과의 대결을 구상해야 했기 때문이다.
철문에서 사파리까지의 거리는 약 100m.
마당쇠에게는 어느 때보다도 길게 느껴졌다.
발걸음을 천천히 떼었다.
오죽하면 패트롤카가 바로 뒤에서 부르릉거리며 마치 밀어부칠 듯이 위협했다.
`스스릉.'
마침내 사파리 문이 열렸다.
그러나 그때까지 마당쇠의 머리는 미처 정리가 끝나지 않았다.
마당쇠를 사파리에 완전히 밀어넣은 패트롤카는 임무가 끝났다는 듯이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마당쇠는 천천히 내려갔다.
마당쇠는 당장은 팔철을 피하기로 했다.
지난번 1대2 싸움에서 진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1대2로 싸워야 할 것이다.'
그러나 마당쇠는 1대2 싸움에 자신이 없었다.
팔철은 1대1 맞대결에서도 쉽게 이기지 못할 강적인 까닭이다.
마당쇠는 사파리 한복판 바위 위에서 암컷 틈에 누워있는 팔철을 발견했다.
주위에 쌍대가 없으니 공격 기회이기는 했지만 무턱대고 덮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어디선가 자신을 보고 있는 눈길을 의식했는지 팔철도 마당쇠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허공에서 둘의 시선이 충돌했다.
팔철이 당황하는 기색이 뚜렷했다.
팔철은 벌떡 일어나 쌍대를 찾았다.
아무래도 확실한 승리를 위해서는 2대1이 안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행히 쌍대는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팔철은 금방 둘이 됐다.
마당쇠는 덤비려면 덤벼보라는 듯 째려보는 팔철의 시선을 피했다.
아무래도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혼자 있을 때를 기다리자.'
팔철은 마당쇠의 이같은 행동에 자신을 가졌는지 큰 소리로 포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