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성의 풍속사] (11)정조대
기사입력 1998년 01월 13일 17시 25분
탈선하는 아내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남성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상담소 `한국남성의 전화'에는 남성들의 이같은 상담전화가 부쩍 늘어 하루에 50∼60여통에 이르고 있다.
실직 등으로 남편들이 기운을 잃자 가출하거나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들이 늘고 있으며, 외간 남자를 만나 바람까지 피우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중세 유럽의 남자들은 바람피우는 아내에게 정조대를 채워 역사의 웃음거리가 됐다. 정조대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관해서는 여러 설이 있다.
첫째 상인들이 장사를 하느라 장기간 집을 비우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자 아내들을 단속하느라 정조대를 발명했을 것이라는 설이 있다. 특히 정조대를 애용한 사람들은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나 베르가모의 상인들이었다. 오죽하면 `베르가모식 자물쇠' `베네치아의 대'라는 정조대의 속칭까지 만들어졌을까.
둘째 십자군의 아랍 침공시 하렘에서 약탈해온 것을 참고삼아 정조대를 만들었다는 설도 있다.
정조대는 대개 금속으로 만들었다. 부자들은 사치를 부려 금과 은으로 정조대를 만들기도 하고 심지어 비싼 보석을 박기까지 했다.
정조대의 생김새는 만화 이상으로 희극적이었다. 정조대는 들보형으로 만들곤 했는데 허리와 아래쪽 가랑이가 꽉 조이게 격자형으로 고정돼 있었다.
정조대의 앞부분에는 작은 구멍이 뚫려 있었다. 구멍은 간신히 오줌을 눌 수 있을 정도의 크기. 뒤쪽에도 역시 구멍이 뚫려 있었는데, 대변을 볼 수 있도록 둥근 모양을 하고 있었다.
이런 야만적인 물건을 만든 남자들도 한가지 `배려'를 잊지 않았다. 금속 정조대가 여인들에게 고통을 줄까봐 안쪽에 부드러운 우단을 붙인 것.
자물쇠 장치가 돼있는 정조대를 열 수 있는 사람은 열쇠를 가진 남편 밖에 없었다. 남편들은 그 열쇠를 잃을까봐 품안 깊숙이 보관했다.
그러나 정조대가 능사는 아니었다. 아내들은 여벌의 열쇠를 몰래 만들어 정부에게 선물하곤 했다.
정조대는 당시 `생필품' 정도로 취급되지 않았나 하는 의심마저 들 지경이다.
브랑톰이 쓴 `담 갤런트'의 `요부전'을 보면 정조대에 관한 글을 발견할 수 있는데 `16세기 중엽 생제르맹의 한 시장에서 잡화상들이 천막 안에서 한 다스 정도의 정조대를 나란히 놓고 팔았다'고 전해주고 있다.
라블레가 쓴 `팡타그뤼엘 이야기'에도 정조대에 관한 언급이 있다.
"나는 집을 나올 때 반드시 아내에게 `베르가모식 자물쇠'를 찰칵 채우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악마가 이 몸을 채가버리는 것이 낫겠다."
IMF시대, 남편들이 만에 하나 정조대를 그리워할까봐 걱정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