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세대교체 (13)
기사입력 1997년 06월 30일 14시 59분
사파리 복귀와 함께 곰보살을 박살내고 왕위 즉위식을 가지리라 결심한 킹콩은 출근하자마자 곰보살을 찾았다.
한데 공기가 이상했다.
자신이 없으면 곰보살이 왕 노릇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딴판이었다.
권력의 흐름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킹콩 특유의 감각으로 알아챈 것이다.
킹콩은 우선 성급한 행동을 자제하기로 하고 분위기를 살폈다.
킹콩은 관람객을 태운 버스가 다니는 길목이 잘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에 서서 모처럼 신선한 바람을 쐬기로 했다.
물론 목적은 사파리의 동태를 관찰하는 것이다.
여느 때처럼 관람객 버스가 천천히 멎자 곰보살이 다가갔다.
곰보살이라는 별명의 주인공답게 합장을 한 자세를 하자 관람객들이 환호했다.
버스기사는 재롱에 대한 칭찬으로 건빵을 한웅큼 던져줬다.
곰보살은 합장을 한 채로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건빵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받아 먹었다.
관람객들은 그럴수록 더욱 환호했다.
바로 그때였다.
무대포를 비롯한 니캉, 내캉 형제가 곰보살 곁에 슬그머니 섰다.
그러더니 버스기사가 던져주는 건빵을 손으로 툭 쳐서 곰보살이 먹는 것을 방해했다.
갑작스런 훼방꾼의 출현에 곰보살은 화가 났다.
`누가 감히 식사를 방해해'하는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
역시 무대포였다.
무대포는 자신이 정당한 짓이라도 했다는 듯이 곰보살의 차가운 시선에 맞섰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둘의 눈에서는 스파크가 일었다.
이들의 갈등을 알 리 없는 버스기사는 건빵을 한줌 던져준 뒤 다음 코스로 떠났다.
곰보살의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무대포의 얼굴은 한주먹 사정거리에 있었다.
그러나 무대포는 칠테면 쳐보라는 듯이 고개를 뻣뻣이 치켜들고 째려봤다.
무대포 곁에는 배다른 동생 형제 니캉, 내캉이 여차하면 덤벼들 자세로 꾸부정하게 서 있었다.
킹콩은 침을 꼴깍 삼키며 다음 장면을 기다렸으나 더이상의 상황 진전은 없었다.
곰보살은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고개를 돌려 버스가 다니는 길을 건너갔다.
곰보살의 등 뒤에서 무대포 일당이 키득키득 웃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