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영웅] 반역 (19)

기사입력 1997년 06월 30일 14시 52분


"오덕도 대신에 옆쪽의 유자도로 몽골사신을 안내한다는 것은 어설픈 계획입니다."

안화옥이 말을 이었다.

"또한 배를 뒤집어 몽골인들을 물에 빠뜨린다는 것도 부담이 많습니다."

"다른 방법이 없지 않느냐?"

"오덕도로 데려가는 것이 낫습니다."

"오덕도로?"

놀란듯 눈을 크게뜬 안재연을 향해 그녀가 웃어 보였다.

"예, 아버님. 그곳에서 몽골군을 치는 것입니다. 이미 그곳에는 2천여기의 군사가 있는데다 그들은 지리에 밝고 사기가 높습니다. 몽골군을 전멸시킬 수가 있지요."

"허어."

"몽골군의 말과 장비를 고스란히 얻게 될 것입니다."

안재연이 입맛을 다셨다.

왕창국의 함정에 빠지지 않은 것도, 다음날 남문밖의 벌판에서 윤의충이 안석보의 군사를 끌고 온 것처럼 한 것도 모두 안화옥의 계략이었던 것이다.

안화옥이 다가 앉았다.

"남송을 멸망시키려고 몽골은 전력투구하는 상황입니다. 이곳까지 대군을 파병할 여력이 없습니다."

"위험한 생각이다."

"남송이 멸망하려면 앞으로 10년은 더 있어야 할 것이고 그사이에 고려는 국력을 키워야 합니다."

안재연이 머리를 저었다.

"네가 너무 많이 병서를 읽었다. 나나 방호사는 무모한 짓으로 대사(大事)를 그르칠수가 없다."

"아버님, 흑적과 몽골군은 일을 마칠때까지 이곳을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빨리 수습 하시는 것이 대사에도 이롭습니다."

"시중대감께 허락을 받아야 될일이야."

문밖에서 인기척이 났으므로 그들은 말을 멈췄다.

"대감, 방호사가 오셨소이다."

수직교위의 목소리였다. 서둘러 일어선 안재연이 청으로 나서자 기다리고 서있던 윤의충이 머리를 숙였다.

"대감, 강화에서 밀서가 왔소이다."

가죽갑옷 차림의 그가 바짝 다가섰다.

"쿠빌라이가 흑적에게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왕에게 조서를 전하라고 독촉 했다는 것입니다. 곧 조정에서도 추밀원부사 송군비와 예부시랑 김찬이 이곳에 도착한다고 하오."

"그럼 이곳에서 곧장 일본으로 건너간다는 말인가?"

"예. 흑적이 오덕도를 조사할 틈이 없게 되었소이다."

안재연이 길게 숨을 뱉었다.

"천운이로고. 고려의 국운이 아직 다하지 않았도다."

"강화와 전라도에서 가려뽑은 병선 20여척이 곧 이곳에 도착할 것이라고 합니다."

"몽골놈들의 욕심은 끝이 없구나."

안재연이 혼잣소리처럼 말했다.

본래 흑적과 은홍이 고려에 온 것은 쿠빌라이의 조서를 일본왕에게 전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강화섬까지의 물길도 30년이 넘도록 건너지 못하는 몽골군이다.

또한 고려조정의 왕은 물론이고 김준도 고려가 몽골사신의 길잡이가 되어 일본에 가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차일피일 시간만 끌고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잘 되었소."

안재연이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청에서 물러나온 윤의충이 매어놓은 말에 마악 오르려는 때였다.

뒤쪽에서 가벼운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니 안화옥이 모습을 드러냈다.


"장군,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또렷한 목소리로 주위의 군관들도 개의치 않는 태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