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혜진] 경아-윤희 지금 이름은 '명자'
기사입력 1997년 06월 27일 14시 30분
`갈대의 순정'과 시퍼런 소주에 취해 있는 여인. 경아를 시작으로 미스 리, 윤희, 명자에 이르기까지 여러 개의 이름이 필요했던 여인.
수십개의 이름과 전국에 안가 본 여관이 없는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며 거친 세상을 살아온 명자라는 캐릭터 표출에 톱스타 심혜진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마리아와 여인숙'(선우완감독－선익필름제작)이 심혜진에게 장마와의 전쟁을 안겨준 작품.
하지만 심혜진은 후텁지근한 날씨와 높은 불쾌지수에 개의치 않고 `박봉곤 가출사건' `초록 물고기'와는 또 다른 얼굴을 만들어 내는데 흠뻑 빠져 있다.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마리아와…'에서 보여지는 심혜진의 모습은 거의 광기에 휩싸인 듯한 분위기. 2개월여에 걸쳐 안면도에서 진행된 촬영도 심혜진의, 심혜진에 의한, 심혜진을 위한 무대였다는 평가를 들었을 정도.
실제로 심혜진도 `마리아와…'의 촬영을 위해 지어 놓은 안면도의 여관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현지 여인'으로 동화돼 지냈다.
여배우에게서는 좀체로 찾아볼 수 없는 카리스마가 심혜진에게 나타나고 있는 점도 특기할 만한 사실. 상대역인 김상중 신현준도 심혜진의 `리드'에 덩달아 신명을 내고 있고 `마리아와…'의 함장인 선우완 감독 역시 `굿보고 떡 먹는' 심정으로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마치 도의 경지에 이른 것같다"는 게 심혜진의 연기를 지켜 보고 있는 선우완 감독의 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