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향토골-돌솥에 옛향수 '모락모락'
기사입력 1997년 06월 13일 14시 11분
서울 강남구청 옆골목 `향토골'에 가면 메뉴가 전부 `돌솥…'이다.
돌솥콩비지, 돌솥쌈밥, 돌솥육회, 돌솥열무비빔밥 등등.
곁따라 나오는 밥과 국은 놋그릇에 담았다. 옛날 양반식 겸상에서나 보던 때깔 좋은 두툼한 놋그릇이다.
호박잎 배춧잎 등 6가지 쌈은 비슷비슷한데, 돌솥에 담긴 쌈장이 독특하다.
마치 자장면의 장을 만들 듯, 재래식 된장에 무 양파 감자 등을 썰어 돌솥에 넣는다. 따뜻하게 살짝 끓이면 돌솥 쌈장. 흐르는 된장물에 전분을 섞어 찐득하고, 청양 고추를 풀어 약간 매콤하다. 더 이상은 노하우여서 공개 불가.
같은 7천원짜리 돌솥꽁보리열무비빕밥도 인기다. 향토골 비빔밥은 뜨뜻한 돌솥 위에서 뒤집어지는 참기름과 들기름의 질과 고춧가루의 양이 맛을 좌우한다.
한식 요리 13년의 총각 주방장 이종욱씨(33)는 서울에서 제일 비싼 참기름을 쓴다고 주장.
향토골은 생긴 지 2달도 안됐지만 분위기가 썩 괜찮아 단골 손님이 제법 생겼다.
주인 김호제씨(39)는 "강남에서 가족이 오손도손 둘러앉아 먹는 옛날식 밥집을 생각했다"며, "음식을 따뜻하게 데우려고 모두 돌솥으로 조리한다"고 말했다.
주말에 외식하는 가족동반객은 우대한다. 토요일 저녁과 일요일(공휴일) 점심과 저녁에는 가장이 동반한 부모와 어린이의 밥값은 안받는다.
손님을 주인처럼 섬긴다는 뜻에서 종업원은 머슴 옷차림. 주방은 분업식이다. 밥만 만드는 `밥모', 전만 부치는 `전모', 반찬만 전담하는 `찬모', 그릇만 씻는 `세척모'로 구분.
회식자리용 `정식 한상'도 나온다.
호박죽에 굴전 청포묵 잡채 등 6가지를 전채요리로 내놓은 다음 불고기 북어찜 갓김치 등 10가지 반찬을 내놓는다. 돌솥찌개와 쇠고기국에 밥이 나오면 1인 1만5천원. 여기에 조기와 산적을 더 올리면 2만원이다. 점심시간에 가면 식사후 커피숍과 노래방 이용이 무료이다. (02)546_06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