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몸통으로 다시 뜬다'
기사입력 1997년 06월 10일 14시 57분
쌍방울 김기태（28）가 다시 타선의 무게중심을 잡는다.
그동안 중심타자라고 입에 올리기 창피할 만큼 부진의 늪에 푹 빠져 있던 방망이를 재가동한다.
해병대 스타일의 삭발로 각오을 다지면서 이번에는 자신의 명예까지 걸었다.
김기태가 이름 석자까지 들먹이는 이유는 동료와 `동반자살'한 죄때문.
3안타 3타점으로 아주 잘나가던 지난달 31일 군산 삼성전 마지막 타석에서 친 3루수 앞 병살타가 시작이었다.
이후 5경기 연속 병살타.
3경기에서는 안타 구경도 하지 못했다.
당연히 팀도 `김기태 후유증'에 시달리며 4연패.
이 모든 책임을 지고 지난 7일 부산 롯데전에 삭발을 하고 나서 모처럼 타점을 올리는 2루타로 한숨을 돌렸지만 아직 죄가 많다.
"타격감이 너무 좋아 욕심을 냈던 게 팀에 악영향을 미쳤다. 이제 팀을 위해 뛰겠다."
김기태의 본격적인 속죄무대는 10일부터 시작된 잠실 OB전.
올시즌 6경기에서 21타수 7안타（1홈런） 4타점, 자신의 타율（0.333）과 똑같은 성적을 내고 있어 입맛이 당기는 상대다.
특히 이렇다할 왼손투수가 없어 `좌완 컴플렉스'를 느끼지 않아도 되는 `플러스 알파'까지 안고 있다.
휴식일인 지난 9일 특타를 자청, 욕심탓에 커졌던 스윙폭도 줄이면서 출전채비도 단단히 마친 상태.
"청산해야 할 죄가 많다"는 김기태의 방망이가 다시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