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투지 활활
기사입력 1997년 05월 22일 14시 18분
98프랑스월드컵 축구대표팀의 `꾀돌이' 신태용（申台龍．27．천안 일화）이 다부지게 어금니를 물고 있다.
요즘들어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두터워진 차범근 감독의 신임에 부응하기 위해서다.
`월드컵 징크스'를 깨기 위한 남모를 노력이기도 하다.
사실 신태용만큼 월드컵과 인연이 없었던 스타도 드물다.
지난 94년 미국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무려 3번씩이나 태극마크를 붙였다 뗐다 했고, 끝내는 본선무대에 서지 못했던 것이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올초 `차범근호（號）'가 출범했을 때 그는 부름을 받지 못했었다.
명색이 작년도 정규리그 득점왕인 그로서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그 일로 인해 그가 받은 충격은 컸다.
하지만 차감독도 더 이상 `진주'를 진흙 속에 묻어둘 수는 없었다.
홍콩 태국과 월드컵 조별예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보다 힘있고 재주있는 게임메이커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고, 지난달 10일 대표팀 재편과정에서 마침내 그를 불러들였다.
이제 신태용은 당당한 월드컵대표다. 게다가 차감독의 신임을 톡톡히 받는 베스트 요원이다.
덕분에 문득문득 본능적으로 느껴온 대표탈락에 대한 불안감도 이제는 씻을 수 있게 됐다.
정규리그에서 신인왕（92년）과 MVP（95년） 득점왕（96년）을 차례로 집어삼키며 거칠 것 없이 그라운드를 휘저어대던 무소불위의 자신감도 되찾았다.
"이젠 정말 오기만 남았습니다. 두번 다시 설움 당하지 않으려면 독하게 마음먹고 뛰어야죠."
투지를 사르는 신태용에게선 `전사' 특유의 섬뜩함마저 느껴질 정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