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라이트] 장삿속 탈피 골퍼에 잔잔한 감동
기사입력 1997년 05월 16일 14시 48분
경기도 광주군에 위치한 경기CC에서 라운드를 하다보면 다른 골프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그늘집'으로 불리는 티하우스내 계산대 옆에 볼이 담긴 바구니가 놓여 있는 것.
이 볼은 골프장이나 볼메이커에서 플레이어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경기CC 직원들과 작업인부들, 그리고 경기보조원（캐디）들이 틈나는대로 주워 모은 `로스트볼'들이다.
경기CC는 이전에도 경기보조원들이 로스트볼을 주으면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주곤 했다.
또 작업인부들이 작업을 하다가 주웠을 경우에는 중고볼로 내다파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한달에 한번씩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서비스를 고안해 내는 이 골프장에서는 이를 그냥 두지 않았다.
경기CC는 우선 지난 겨울 동계휴장때 1천여개의 볼을 코스 구석구석에서 찾아내 보관하고 있다가 깨끗히 씻어 다시 내놓았다.
회사명이나 이름이 새겨져 있는 마킹볼의 경우 다시 주인이 찾아가는 경우도 있었고 주인은 아니지만 2∼3개씩 가져가는 경우도 있었다.
이 골프장을 찾는 골퍼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어떻게 하면 많은 손님을 받을까'만 생각하는 다른 골프장과는 뭔가가 다르다는 감동을 받았다는 것.
경기CC는 골퍼들의 반응이 좋자 앞으로도 계속해서 볼을 주워다가 다시 골퍼들이 찾아갈 수 있도록 내놓기로 했다.
하루에 줍는 볼의 양은 적게는 10여개에서 많게는 50여개.
`잃어버린 공 찾아드리기'의 아이디어를 착안한 김헌수 상무는 "볼을 다시 돌려준다는 것이 큰 일은 아니지만 사소한 일로도 고객들에게 큰 감동을 줄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직원들의 화합과 이해의 폭을 넓히는데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경기CC는 볼을 줍는 직원들을 위해 한달에 두어차례 있는 회식때 회식비를 추가 지원해 이들을 격려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