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성의일본야구] 1년만에 되찾은 선동열의 웃음
기사입력 1997년 05월 16일 14시 33분
선동열이 웃는다.
예전에 한국에서 보았던 밝은 표정과 여유있는 모습을 되찾은 것같다.
선동열의 웃는 얼굴이 등장한 것은 그가 그만큼 잘하고 있다는 얘기와 직결된다.
사실 선동열이 부진했던 작년시즌과 올시즌 표정은 실로 엄청난 변화가 있다.
작년에는 선동열은 물론이고 매니저, 특파원 등 그의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들 `표정관리'를 해야 했다.
그러나 올시즌에는 있는 표정 그대로면 어디서든지 통할 수 있다.
지난 91년 겨울 스토브리그부터 해태를 취재하며 처음 만난 선동열의 표정은 항상 밝았다.
한국에서도 지난 92년 오른쪽 어깨건초염으로 한시즌을 포기했을때 어두운 표정이 나왔었지만 그래도 희망이 없지는 않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몸에 특별한 이상도 없고 자신은 물론, 주변 관계자들이 모두 나서 제 페이스를 찾도록 갖은 애를 썼지만 효과를 얻지 못한 작년처럼 우울하고 자신감 없는 얼굴을 본 적은 없었다.
선동열이 이러니 최인호 매니저, 주니치에서 연수를 받았던 김성한 해태 코치, 한국 기자들까지 `표정관리'를 해야 했다.
같은 매스컴 관계자들이 150여명씩 몰려있는 구장 기자실에서 엄청난 관심과 돈을 들여 데려온 한국 최고투수가 부진한데 웃을 일이 없었다.
선동열도 일본기자들의 질문공세는 싫지만 그래도 특파원들을 위해서는 경기후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주차장에서 인터뷰를 해주곤 했다.
일본기자들이 "한국 기자들 표정이 너무 어둡다"고 하는 말이 들리기도 하고 때로는 직접 위로해 주기도 했다.
신문 방송의 야구인출신 해설위원 가운데 몇사람이 선동열의 부진이 당연하다고 말하며 일본야구의 우월성을 만끽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에는 화가 나기도 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한국에서 `야구 9단'이면 일본에서는 아무리 못해도 7단 정도는 되지 않겠냐는 믿음이 있었고, 누가 물어보면 한시즌의 적응기간이 있었으니 올시즌에는 25세이브포인트는 하지 않겠느냐고 답하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 12경기에서 11세이브를 따내며 센트럴리그 구원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아직 100경기가 넘게 남았으니 갈 길은 멀지만 요즘은 웃음이 절로 나온다.
일본기자들, 해설위원들, 주니치 팀관계자들도 모두 친절해 졌다.
재일 한국인이나 교포사회에서도 반향이 커 여기저기서 표를 구해달라는 부탁도 심심찮게 들어온다.
일본신문에 `선동열의 경기상황을 본국에 송고하기 위해 열심히 워드프로세서를 치고 있는 한국기자들'이 소개되기도 했는데 `아마 일본기자들이 미국에서 노모를 취재하는 것과 똑같은 심정일 것'이라고 마무리를 짓고 있다.
한국의 명예를 공에 실어 던지는 선동열의 얼굴에 햇살같은 미소가 피어나는 것은 한국과 나고야의 야구팬에게 기쁨이다.
그래서 `표정관리'가 해제된 요즘은 구장에서 "선동열 파이팅, 주니치 이겨라！"를 외쳐본다.X나고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