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수첩] 풍운아 플러드의 죽은
기사입력 1997년 01월 22일 16시 56분
미국 프로 야구는 21일 진정한 챔피언 한명을 잃었다. `커트 플러드.' 요즘의 팬들이나 현역 선수들조차 그 이름을 알지 못하지만 50∼60년대를 살았던 선수들이나 팬들이라면 플러드를 너무나 잘알고 있다. 1956년 신시내티 레즈에서 메이저 리그 생활을 시작한 그는 15년간 중견수로 활약하며 통산 2할9푼3리, 올스타 3번, 골드 글러브 7번, 3할 이상 시즌 6번 등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1967년에는 3할5푼5리로 타격왕에 211안타, 월드 시리즈 우승이라는 생애 최고의 해를 보냈다. 플러드는 그러나 불공정에 대한 외로운 투쟁으로 미국 야구사에 큰 획을 긋게 된다. 1969년 시즌이 끝나고 플러드는 12년간 활약했던 에서 필라델피아로 트레이드됐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10만달러의 연봉이 보장됐고, 31세던 그로서는 전도가 양양했다. 그러나 플러드는 당시 체제에 반기를 들고 일어섰다. 에서 10년 넘게 봉사를 했으면 자신이 원하는 팀에서 선수 생활을 마감할 수 있는 권리 정도는 얻었다고 굳게 믿은 그는 선수생활을 유보하고 소송을 택했다. 당시로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의 독점권에 정식 도전을 하고 나선 것이다. 팀에 대한 선택권이나 트레이드 거부권이 선수에게 전혀 없던 당시로서는 플러드의 행위는 운영권자들에게는 엄청난 반항이었다. 2년여의 법정 투쟁 끝에 미국 대법원은 5대3으로 플러드의 패소를 결정하며, 50여년간 계속돼 온 메이저 리그의 독점권 문제는 의회에서나 해결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결국 그는 한창의 나이에 자신이 옳다고 믿던 소신을 지키려고 경제적, 정신적, 육체적으로 이루 헤아리기 힘든 피해를 입은 채 녹색 다이아몬드를 떠났다. 그러나 팬들과 선수들,그리고 심지어는 구단주들에게까지 그의 용감한 행위는 정신적 변혁을 가져오는 씨앗이 되었다. 결국 3년 뒤인 1975년 데이브 맥놀리와 앤디 메서스미스에게 자유계약권이 주어지는 등 `프리 에이전트' 제도가 탄생하는 계기가 됐다. 미국 야구사에 커다란 변혁을 가져왔던 그의 정신은 여전히 남아있다. 현재 미국 하원에는 노동문제에 관한 의 독점권을 철회하는 법안이 올라가 있다. 공화당의 존 코니어스 주니어가 상정한 이 법안은 `ＨＲ 21'로 명명되어 있다. 60년대 최고의 중견수이던 커트 플러드의 배번 21번을 기념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