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화] 대륙의 기인들 (11)

기사입력 1996년 08월 26일 15시 14분


그는 단지 조용히 물었다.

"그래서…?"

천도서생 방일비를 혼란속으로 빠뜨리고 있는 중무련의 맹주 천극진이다. 그래서라니?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맹주의 반문이었다. 양녀인 석부용의 정체가 일심부에서 파견한 첩자임이 발각되었는데 고작 그 뿐이란 말인가? 방일비는 말을 더듬었다.

"맹…주….?"

"이 아이가 어떤 죄를 범하였는지 설명하라."

천도서생은 입안에 침이 마르고 있었다.

"그녀는 중무련의 중요 정보를 일심부로 유출시켰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지시에 따라 행동하였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래서 였다. 방일비는 이미 심상치 않은 기색을 눈치채고 있었다.

"맹주께서 폐관중일 당시 무림에서는 몇 가지 중대한 사단이 발생하였습니다. 황금사원의 출현과 해동검결의 등장 등이옵니다."

"혈마사와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인가?"

"황금사원이 금력을 이용해서 혈마사를 접수했습니다. 묵기량은 황금사원의 후예인 황보백령을 위해서 일심부의 석부용을 제거한 것입니다. 당시 황보백령은 일심부에 감금되어 있었습니다."

맹주의 목청은 노기(怒氣)로 떨려 나왔다.

"일심부와 황금사원의 문제였단 말이지. 그건 본 중무련과 연관이 없지 않은가."

억지가 분명했지만 천도서생 방일비는 감히 반박하지 못한다. 천극진의 단순하면서도 괴팍한 성격을 이미 알고 있는 탓이었다.

석부용의 흐느낌이 뒤숭숭하게 방안을 맴돌았다.

"흐흐흑."

천극진의 손길이 그녀의 눈가에 머물렀다. 그는 손등으로 석부용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 동작은 지극히 자연스러워 이들이 부녀간임을 의심치 않게 했다.

"혈마사주외에 또 있었느냐?"

천도서생은 기다렸다는 듯이 아뢰었다.

"신분을 알 수 없는 무림의 일류 고수이옵니다. 예궁(禮弓)의 달인으로…"

"부용의 눈을 화살로 궤뚫었다면…천산신궁 외에 어느 누가 그런 내공을 지닐 수 있단 말인가?"

염정선라 석부용이 끼어 들었다.

"그는 갸름한 얼굴의 사냥꾼으로 흡사 여자와 같은 생김새의 젊은이었어요. 나이는 불과 이십 사,오세 정도."

천극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럴 리가? 어린 나이에 그런 공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어. 천산신궁이 오십 년이나 젊어 졌을리는 없을테고."

울먹이며 증언하는 석부용.

"단 일격이었어요. 도저히 피하거나 방어할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절륜한 수법이었어요. 그를 알고 있는 사람이 있어요."

"그가 누구냐?"

"동방산장의 이소야."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