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 소설] Love Love Love ........ 이규형(68)
기사입력 1996년 08월 14일 20시 00분
///// 물장사 이야기 (4) /////. 성공적인 데뷔였다. 만일 물장사 세계의 공식적인 시상식이 있다면 그녀는 신인왕 타이틀 정도는 먹었을 게 틀림없다. ‘칵테일 전국 체인점’의 성공요인은 누가 뭐래도 왕수희의 아이디어.그녀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남자들의 심리를 잘 알고 있다는 데 기인한다. 현재 다니고 있는 대학도 거의 남자들이지만 그녀가 남자의 속성에대해 일찍 눈을 뜬건 남녀공학고교를 나온 덕분이다. 인생에서 성욕이 가장 왕성하면서도 가장 압박받는 시절이 고교시절이다.
여자애들의 상상을 초월해 남자애들은 학교에서 불법인 쇄물들을수도 없이 읽어댄다. 이데올로기 관계가 아닌 저,저질 섹스 책이다. 출판사도 작가도 없는 소설에서부터 거의 전 세계여자들을 다 벗긴 섹스 사진집, 그녀의 고교시절 좋은 남자친구들(?) 덕분에 그걸 무수히 접할 수 있었다.
서클 사진반의 남자애들은 대찬 성격의 그녀에게만은 특별히 자기들의비밀을 공개했던 것이다. 어디서 어떻게 구하는지는 모르지만 엄청난 양의 불온물들이 전국 고교생들의 억압을 해소해 주고 있는게 우리 현실이었던거다.
남자들에겐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여학교에 다녔다면 그런 것들을 모르고 지나쳤을 사항이다.
설마 그렇게 많은 남자애들이 그런 따위의 저질 책을 보겠는가? 설마그렇게 공부 잘하는 애가 그런 책을? 설마 그런 모범생이 그런 사진을?그러나 원초적 욕망은 공부 잘하고 못하고도 없고 잘생기고 못생기고도 없다.
그 속에서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면 이상한 책에 나오는 여자들은 왜들 스튜어디스 복장을 하고 간호사 복장들을 하고 등장하는지 이해가 안될만큼 많다.
3학년 때 학교 사진전시회를 준비하며 남자애들이 서클실에 숨겨둔 불법춘화도들을 다 구해서 들추어 본 적이 있는데 거기엔 수녀 복장까지 흉내낸 것들도 있었다. 정말 양심이나 상식은 다 버려버리고 장사하는 놈들이었다. 더욱 불가사의한 일은 남자애들이 그런 사진들에 더더욱 흥분한다는 고백. 더이상 얘기할 필요가 없다. ‘칵테일 전국 체인점’은 손하나 까딱할수 없는 성역의 여자들이 입는 유니폼작전으로 성공했다. 감히 비행기안에서 스튜어디스의 머릿결을 쓰다듬고 히프를 살짝 두들길수 있겠는가, 그런 남자가 있다면 스튜어디스 언니들은 바로 비행기에서낙하산 없이 내리게 할 것이다. 어디 간호사들 앞에서 음탕한 농담을 해댈수 있는가. 팔뚝 만한 주삿바늘로 조용히 황천갈 각오가 돼 있으면 모를까. 여군복장은 그 섹스 사진첩에 잘 나오는 새디스트 독일친위대 여장교의복장을 응용했다. 그러나 당연히 수희는 수녀복장 만큼은 삼갔다. 그녀자신 최소한의 도덕감을 갖고 있었고 지옥에 가는 건 별로 반갑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칵테일 체인점은 3∼4일씩 돌아가며 유니폼작전으로 성공했던 것이다.A가게가 스튜어디스들 근무인 날은 B가게가 간호사, C가게는 여군, D가게는 자유복장 이런식으로 돌아갔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