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소설> LOVE LOVE LOVE.......이규형(36)
기사입력 1996년 07월 11일 15시 17분
)))))))( 서머 타임 (13) )(((((((((. 자신이 이제 정식으로 그녀를 만나러 왔다는 건 프로포즈 성격에 속하는 거였다. 결혼을 전제로 한 교제를 시작하자는 얘기다. 아무에게도얘기하지 않았지만 아마 자신의 식구를 비롯한 주위사람들 특히 병원동료들이 반대 할게 분명하다. 미친놈, 눈이 뒤집혔어 이 자식.
모두들 그런식으로 날 몰아붙이고대소란을 피우고 집안과 직장 양쪽에서 난리법석이 날게 틀림없다. 술집여자에게 프로포즈하는 총각의사란 그렇게 순조롭지만은 않은게지금 시대다. 그 자신, 지난 며칠간 이 문제에 대해서 엄청나게 생각해봤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내 실력으로 중매든 연애든 앞으로의 인생에서 그녀만큼 내가 좋아할 여자는 없다는게 그거였다. 어차피 의사라는 직업의 이점으로 물질적 조건을 내세운 중매는 내 인생에 없다고 선서했다. 히포크라테스에게 말이다.
예쁘고 밝고 유머센스와 건강이 넘치는 그런 여자를 난 다시 만날 자신이 없다. 술집에서 일했다는 것이 문제가 되는 건 지금 시대일 뿐이다. 내 직업이 뭐 별난 것인가.
중세까지도 유럽에선 이발사들이 외과의사를 겸했다. 그는 고심했다. 그리고 이제 결단을 내렸던 것이다. "죄송합니다. 장유미씨를 진찰한 적이 있습니다만 그 결과가 본인이꼭 다시 와서 확인해야 되는 것이라고 말씀 전해 주십시오". 어쩌면 장래 장모가 될 지 모르는 앞의 중년여인에게 최대한 예의를차려서 설명했다. 딸에게 연락이 오면 꼭 그에게 연락해야 되는 이유를혹시 걱정하지 않도록 최대의 안심까지 시켜가면서. "훨씬 더 좋은 약이 개발 됐으니까 지금 쓰는 약을 바꾸는 게 좋다고요.
한달만 이 약을 쓰면 그까짓 스트레스성 두통 쯤은 깨끗이 낫는다고요...". 미래의 장모께서는 그런 이유 정도로 의사가 직접 온 이유를 의심하진않았다. 며칠전까진 서울 친구집이랑 연락이 됐었는데 지금은 연락이 안된다는 사실만 확인하고 수원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 그녀의 집에서는 그녀의 직장이 평범한 회사라고 알고 있다는 것이 충격이라면 충격이었다. 음... 그녀는 집에까지 술집에서 일하는 것을 속여야 하는 처지란 말인가... 한달이 지났을 때 회답이 왔다. 병원이 아니라 그가 혼자 살고 있는아파트로 온 편지였다.
발신인의 주소는 없고 다만 `유미'라고만 써진편지봉투였다. 내용은 간단했다. 다시는 만나고 싶지않으니 제발 날 찾으려고 하지말고 생각도 하지 말아주었으면 한다는 바람이었다. 그는 차근차근 대책을 정리해 보았다. 수술을 시작하기 직전에 어떻게 절개하고 잘라내고 떼어낸 뒤 봉할 것인가. 수술구도를 생각할 때처럼 그는 냉철하게 사고했다. `이건 수술이다.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수술이다. 사랑의 수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