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 재수-요행 바라는 '설마병'은 금물
기사입력 1996년 06월 08일 15시 48분
카드 게임에서도 `설마'가 사람잡는다.
상대의 패가 `설마 없겠지' 하고 뻗대다가 바가지를 쓰거나, 패가 없는대도 `설마 있겠지'하고 죽어버려 장사를 망치는 경우가 많다.
이같은 `설마병(病)'은 판단력의 문제이지만, 때론 `재수'에 가깝다. 그러나 `설마 있겠지' 하고 생각하는 쪽이 `설마 없겠지'라고 생각하는 쪽보다는 피해액이 훨씬 적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훌라게임은 최근 대학가에서, 특히 여학생 사이에서 인기있는 카드 게임이다. 7장씩 받은뒤 일련번호나 같은번호를 누가 먼저 털어내느냐로 승부하는데, 쉬우면서도 묘미가 있다.
필자는 꽤 오래전 머리를 식히던 훌라판에서 `설마' 하다가 황당한 경우를 당했다.
훌라게임의 기본적인 룰은 스톱바가지 2배 미등록바가지 2배 7번 미등록바가지 2배 등이다. 손안에 들고있는 7번 카드가 2장이면 4배, 3장이면 8배였다.
치욕의 판이었다. 판이 시작하자마자 4장을 내려놓고, 손에는 A,3,5의 3장을 들어 상대에게 미등록 바가지를 씌울 좋은 찬스였다.
상대의 견제가 뒤따랐다. 1명은 똑같이 4장을 내려놓았고, 또 한명은 3장을 내려놓았다. 나머지 1명은 7장을 고스란히 들고있어 미등록.
`순서가 한바퀴밖에 안돌았는데 설마 9(1+3+5) 가지고 바가지를 쓸까?' 약간 불안했지만 미등록자에게 바가지를 씌우기 위해 스톱을 걸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청천벽력? 손에 4장을 들고있던 사람에게 바가지를 당했다. 상대의 카드숫자의 합은 4장이면서도 9(1+2+2+4)였다. 훌라에선 합계가 같아도 바가지.
미등록으로 얼굴이 잿빛으로 변했던 P씨가 갑자기 생기를 되찾으며 자기의 카드를 보여주는데, 이런 7이 무려 3장에, 미등록에….
스톱바가지까지 모두 계산하니 64배인가가 나왔다. 카드게임 도중에 전자계산기를 두들긴 것은 난생 처음이었다.
이윤희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