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승 초단 ●김영삼 2단 = 본선 토너먼트제 1국

기사입력 1996년 06월 03일 15시 24분


**백110잇는 순간 승부 결정

제11보





(109~111)=`인간은 경건함을 잃는 순간 추락한다'라는 구절은 이따금씩 되새겨 음미할 때마다 가슴이 서늘해지는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명언.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에 성공한 라인홀트 메스너의 말이다. 이 짧은 한마디에는 에서 친아우를 잃는 등 수많은 동료 산
퓽琯湧� 추락을 지켜보아야 했던 뼈저린 사유(思惟)의 시간들이 깃들어 있다.

흑 109는 정상 일보 전의 추락. 고난의 패를 자초한 청년을 처절한 빵때림으로 일단, 갈등의 기로에서 벗어난다.



그러나 그 대가는 실로 뼈아프다. 마치 기다리고 있기라도 했다는 듯, 소년이 우상쪽 패 따낸 곳을 백 110으로 잇는 순간 승부는 영영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너고 말았다.



상전벽해(桑田碧海)라던가. 가사상태에 있던 백 일단이 기지개를 켜고 부활하면서 상변에서 중앙 까지 길게 늘어진 흑의 운명은 한순간에 `죽음'으로 뒤바뀐다.



뒤늦게





흑 1로 찔러봐야 흑



의 죽음은 피할 수 없다. 백 2, 흑 3 다음 백 4로 수를 늘려 흑이 1수 부족.



기막힌 노릇이다. 한때 전국토의 4분지 1을 차지했던 흑의 광활한 영토가 이렇게 쉽게 무너지다니….



흑 111. 청년은 허망한 마음을 억누르고 좌하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중앙 흑 석점의 움직임을 지원하면서 아래쪽 백



석점을 겨냥한 포위망이지만 글쎄, 이 성근 투망에 걸릴 만큼 백 석점이 허약해 보이지는 않는다.



검토실에서도 `끝난 것 같다'며 고개를 흔드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