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신이 내린 주부'의 세상읽기
기사입력 1996년 05월 22일 15시 25분
**샤머니즘 체험담 사실적 묘사
-비오는 날이면 불현듯 거리를 헤맨다. 발길 닿는 대로 걷다가 우연히 누군가와 만나면 찻집으로 향한다.
그러다 누군가와 나는 여행을 계속한다. 프로이드,칼융 그리고 라즈니쉬까지도 만난다. 이것마저 싫증나면 영화를 한편보러 가지만,마음을 나누던 순간들이 곧 죽음이기에 허허롭긴 마찬가지다.-
무속인이자 수필가 차혜숙(44)이 수필집 `무무무'(無舞巫.문학관 간)를 냈다. 샤머니즘의 체험을 썼다. 사실적이며 생동감이 있다.
"내가,왜,샤먼의 날개를 달아야 하는 지,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어느 새 나의 무의식 속에 무속이 자리잡고 있으니….
이번 수필집도 따지고 보면 나의 속의 무끼(巫氣)의 발로에 다름아니다."
-시 낭송회때. 어느 선배와 만났는 데,그는 나와 마주 앉기가 무섭게 앗!외마디 소리를 냈다. 갑자기 눈앞이 아찔하니 현기증이 난다고 했다. 나는 빙긋이 웃었다. 바로 나의 기(氣)작용에 의해 부딪쳤기 때문이다. `선배님,괜찮을 거예요.
나랑 헤어지면 원상태로 되돌아 갈거예요.' 나는 그에게 기(氣)를 불어 넣었다.
시간도 못돼 나의 한쪽 뺨이 퉁퉁 부어 올랐다. 대신 그는 아픔이 말끔히 사라졌다.
그의 아픔이 내게 전위된 듯 싶다.-
"언젠부턴가 내게 샤먼이 찾아 왔다. 신이 내렸다고 할까? 미래를 점치면서 불안해 하는 것을 보고 남편은 나를 정신이상자 취급이었다. 신기 때문인지 매사가 엉망진창이었다. 정신없이 거리를 배회하다 복술가를 찾았다. 눌림굿을 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서너달은 마음의 평정을 찾았다.
날 궂으면 밖으로 뛰쳐나가는 버릇도 잠재웠다. 그러나 허사였다. 결국 점방을 차렸다."
차혜숙. 평범한 주부. 어쩌다 신기가 차면 점도 봐주고 글도 쓴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끄적댄다. 보태거나 꾸미지 않는다.
수필집 서문에서 서정범씨( 국문과 명예교수)는 이렇게 적고 있다.`차혜숙의 수필에서는 언어에 무끼(巫氣)가 서려있다. 환상의 세계로 젖어 들게 한다. 문장의 호흡이 짧고 마치 신이 올라 춤을 추듯 톡톡 튀는 것을 느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