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완2단 ●윤기현9단=2차예선 결승
기사입력 1996년 04월 22일 15시 32분
**흑 53 백무리 지그시 압박 제6보 (34~53)=전보 백 34가 비능률적 자가발전이라면 흑 35는 우세를 의식한 집단속. 백 36 때 흑 37로 협공자세를 취하며 좌변에도 집칸이나 마련하겠다는 뜻이겠지만 공감하고 싶지 않은 행마다. 흑 35로는 침착하게
흑 1로 지켜두는 것이 어떨까. 우변은 흑 A, 백 B쯤으로 눌러 별게 없다. 백 2, 4면 흑 3, 5로 평범하게 다 받아주어도 상변 흑의 형태가 웅장한 `백두대간'을 이루고 있어 충분하다. 차후 흑 C등으로 붙여 슬슬 늘기만 해도 중앙에 대평원이 형성된다.
아무튼 흑은 `이 정도로 충분하다'는 생각인가보다. 흑 39, 41, 43, 백 일단의 외곽을 여유있게 선회하며 상변과 좌변을 굳혀간다.
우하쪽 절충에서 단숨에 형세를 악화시킨 소년의 마음은 분주하다. 백 42로 틀을 갖춰놓고 백 44. 총총히 우상귀로 뛰어든다. 이하 백 52까지 이렇게라도 뜯어내지 않으면 안될 만큼 어려워졌다는, 절실한 보디랭귀지.
흑은 일체의 접촉을 피하고 있다. 유유자적 외곽을 선회하며 쌍방의 경계만을 설정해둔다. 흑 53은 49와 호응, 세력 신장을 지향하며 아울러 백 일단을 지그시 압박하는 대세점. 윤 9단의 뇌리에는 이미 `승리'라는 글자가 횡행하고 있는것 같다.
12억원 규모의 국제기전으로 새롭게 탄생하게 될 기왕전. 그 마지막 도전기가 광양만 광양제철소에서 개최됐는데 필자가 입회인으로 참석했다.
그 노정. 여수공항에서 눈처럼 날리는 벚꽃들의 환영으로 시작된 이 축제의 길은 도시의 잿빛공간에 갇혀 있던 우리 일행의 시심(詩心)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산등성이마다 작렬하는 진달래의 포화. 계곡으로 흐드러지는 개나리의 급류. 참으로 `광양가는 길'은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