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LG 선수단, 휴대폰 괴문자 시달려
기사입력 2009-08-02 17:02
| 프로야구 LG 트윈스 선수단이 휴대폰 괴문자에 시달리고 있는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예상된다. 일부 악의적 팬들이 주도하는 정신적, 물질적 '테러' 사건이다. |
일부 몰지각한 팬, 선수 휴대폰 번호 입수해 악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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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둘. 포수 조인성의 휴대폰에 투수 이재영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팀 동료로서는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비방의 글이었다. 조인성은 평소 친한 후배인 이재영에게 괘씸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이재영의 짓이 아니었다.
▶상황 셋. 선수들만 이같은 문자에 시달린 게 아니다. 김재박 감독은 권용관으로부터 받은 문자에 시쳇말로 '뚜껑'이 열렸다. 인신 공격성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발끈한 김 감독은 코칭스태프를 통해 사실 확인을 지시했다. 권용관 역시 억울한 또 하나의 피해자일 뿐이었다.
최근 들어 LG 선수단 전체가 괴문자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이처럼 선수단을 발칵 뒤집어 놓은 괴문자는 누구의 소행일까.
구단 조사에 따르면 일부 몰지각한 팬들이 선수단 휴대폰 번호를 다양한 경로로 입수해 이같은 일종의 '사이버 테러'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인터넷을 이용한 문자 서비스(SMS) 프로그램으로 이같은 문자를 전송했다. SMS 프로그램에선 발신자 번호도 변경이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선수들의 개인 휴대폰 번호는 생각보다 쉽게 구할 수 있다. 팬 카페 등에선 선수들의 전화번호를 공유한다. 또 일부 팬들은 야구장에 주차돼 있는 선수들의 차량 앞유리창 안에 적혀 있는 전화번호를 따내기도 한다. 이는 LG 뿐만 아니라 타 구단 팬들에게도 선수들의 전화번호를 찾아내는 방법으로 심심찮게 이용되고 있다.
또 과격한 팬들은 경기에서 패한 분풀이로 선수들의 차량을 파손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최근 조인성은 잠실구장에 세워둔 자신의 차량이 파손돼 500만원의 수리비를 지출하기도 했다.
광적인 팬들이 많은 롯데의 경우 이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 지난해부터 선수 전용 주차 공간을 별도로 마련했다. 경기가 있는 날엔 용역 업체 직원이 이 주차공간에 외부인 출입을 막아 선수들의 사생활을 지켜주고 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진작부터 이처럼 선수 주차 공간을 따로 만들어 선수와 팬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다.
LG의 괴문자 테러 사건은 최근 프로야구 열기가 날로 뜨거워지면서 파생된 생각지도 못했던 그늘이다. 이같은 사건을 계기로 프로야구 선수들의 사생활 보호 대책 마련이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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