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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최대 PC 게임 플랫폼 '스팀'을 운영 중인 밸브 코퍼레이션(이하 밸브)은 1996년 설립됐다. 이후 밸브는 1998년 첫 게임인 '하프라이프'를 출시했다. '하프라이프'는 극찬을 받으며 '올해의 게임상(Game of the Year, 이하 GOTY)' 50여 개를 받고 북미 평점사이트 메타크리틱에서 100점 만점에 96점을 기록했다.
또한, '하프라이프' 모드로 시작된 '카운터 스트라이크'는 밀리터리 FPS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는 발판이 되었으며 최신작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는 여전히 '스팀' 동시 접속자 수 50만 명 이상을 기록하는 인기 게임이다.
'하프라이프'가 큰 성공을 거둔 이후 밸브는 'E3 2003'에서 정식 후속작 '하프라이프 2'를 공개했다. '소스 엔진'을 활용해 수준 높은 그래픽과 사운드, 물리 엔진을 선보인 '하프라이프 2'는 그 해 E3 시상식에서 상을 휩쓸었다. 이후 2004년 정식 출시된 '하프라이프 2'는 '후속작은 전작보다 못하다'는 징크스를 깨고 2004년 최대 'GOTY' 수상작이 됐고 메타크리틱에서도 100점 만점에 96점을 받았다.
'하프라이프' 1편과 2편은 이야기가 연결된다. MIT 박사 출신 이론물리학자 '고든 프리맨'이 자신이 근무하던 '블랙 메사' 연구소에서 실험을 하다 외계 생명체와 조우하게 되고 뜻하지 않는 싸움을 벌이는 이야기가 1편이다. 1편 말미에 '고든 프리맨'은 시간이 현실보다 느리게 흐르는 이공간 속으로 들어가게 되고 이후 2편으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러나 밸브는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하프라이프 3'를 발매하지 않았다. 밸브 게이브 뉴웰 대표는 10여 년 동안 '하프라이프 3'에 대해 "개발 중"이라는 언급만 할 뿐 개발 과정이나 티저 영상, 스크린샷 등 어떤 정보도 공개하지 않았다. 또한, 밸브는 '도타', '레프트 4 데드', '포탈' 시리즈 등 출시된 어떤 게임도 3편을 발매한 적이 없어 유저들은 그저 기다리기만 할 뿐이었다.
그러던 중 지난 8월 25일 '하프라이프' 시리즈 작가로 밸브에서 일했던 마크 레이드로우가 자신이 운영하는 홈페이지를 통해 '하프라이프 2: 에피소드 3' 최종 시나리오를 공개했다. '고든 프리맨'이 유저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작성된 시나리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10여 년이 넘는 기다림이 무색하게 허무한 결말이었다.
해당 시나리오는 밸브가 공식으로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과거 '하프라이프' 시리즈와 '도타 2' 작가로 활동했던 마크 레이드로우가 직접 공개한 내용인 만큼 파급력이 컸다. 게다가 밸브가 8월 9일 'DOTA 2' IP를 활용한 카드 게임 '아티팩트'를 공개하면서 '하프라이프 3'를 기다리던 유저들은 분노했다. 유저들이 10여 년 간 기다린 '하프라이프' 시리즈는 팽개쳐두고 카드 게임을 만든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였다.
이후 분노한 유저들은 스팀으로 몰려들었다. 이들은 '도타 2'에 부정적인 리뷰를 폭발적으로 작성하기 시작했다. 유저들은 리뷰에서 "밸브는 자신들을 그 위치에 올려준 '하프라이프'를 버렸다"며 "'도타 2' 덕분에 '하프라이프' 시리즈가 종료됐다"고 말했다.
88% 이상이 긍정적인 리뷰로 '매우 긍정적'이었던 '도타 2' 평가는 순식간에 긍정과 부정적 의견이 반반 섞인 '복합적'으로 바뀌었다. '도타 2'에 부정적인 리뷰를 다는 유저 항의 표시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밸브는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하프라이프 3'는 게임 시장에서 출시 소문만 무성하고 10여 년 간 실체는 없었던 '베이퍼웨어'였다"며 "이번에 줄거리가 공개되면서 '하프라이프 3'가 사실상 출시되지 못하게 되자 유저들은 분노했고 밸브는 이를 잠재울만한 어떠한 시도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림 텐더 / 글 박해수 겜툰기자(gamtoon@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