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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따상'은 커녕 일반 청약 미달까지…IPO 시장 '한파'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24-11-20 12:06 | 최종수정 2024-11-20 20:52


지난 2021년 1월 균등 배정 도입 이후 3년 넘게 '치킨값 벌이 장터'로 불렸던 IPO(기업공개) 시장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상장 당일 공모가 대비 최대 400%(300% 상승)에서 시초가가 형성되고 여기에 상한가까지 기록하는 이른바 '따따상'을 기대하기는 커녕, 최근 한 달 가까이 상장한 종목들은 공모가 근처조차 이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일 공모를 마감한 엔터테크사 노머스의 경우 올해 처음으로 일반 투자자들에 부여된 균등 배정 물량의 일부 인수 거부가 발생한데 이어 급기야 19일 청약을 마감한 케이비발해인프라투융자회사는 일반 청약 경쟁률이 0.26대 1 정도에 그치는 일종의 '사태'가 발생했다. '공모주=무조건 수익'이라는 거품이 꺼지면서, 그동안 과열 양상을 빚었던 공모주 투자 시장이 다시 진정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균등 제도 이후 미달될 가능성이 거의 없어지면서 '땅 짚고 헤엄치기' 운영 행태를 보였던 주관 증권사들의 변화도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한 달 사이 '열대'에서 '시베리아'로 급변

공모주 투자는 상장기업에 대한 기대감과 초반 할인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대부분 상장 첫 날 공모가 이상으로 상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로 인해 위험은 거의 없으면서도 최소 이자율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데다, 시장 상황이 좋을 경우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어 '국민 투자처'로 자리잡은 상황이다. 지난 2022년 1월 공모를 한 LG에너지솔루션에는 무려 442만명 이상이 참여를 하기도 했다. 여기에 2021년 공모주 물량의 절반을 최소 증거금으로 청약하는 투자자들에게 균등히 배정하는 제도까지 도입되면서, 최소 1주 이상을 받아 수만원을 버는 일종의 '소확행' 투자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최근 한 달 사이 국내 IPO 시장에 '급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물론 지난 8월에 상장한 넥스트바이오메디컬과 아이스크림미디어가 모두 공모가보다 7% 전후 떨어진 시초가로 출발하며 불안한 조짐을 보였지만 이후 상장한 종목들이 최소 6%에서 최대 157% 상승한 시초가를 보이며 정상을 찾은 듯 보였다.

그런데 지난달 25일 상장한 에이치엔에스하이텍이 12%나 하락한 시초가로 시작하며 시장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뒤를 이어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 종목을 제외한 에이럭스, 탑런토탈솔루션, 에이치이엠파마, 토모큐브, 에어레인, 노머스, 닷밀, 엠오티, 사이냅소프트 등 지난 19일까지 거의 매일 상장한 코스닥 종목들이 모두 두자릿수 이상 하락한 시초가로 시작한데 이어 공모가 대비해 최대 절반 이상으로 주가가 떨어지며 '패닉' 상태로 급변했다. 이 가운데 에이럭스는 첫 날에만 38.25%나 하락하며, 지난해 6월 시초가 결정 방식 개편 이후 첫 날 가장 하락폭이 큰 종목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쓰리빌리언과 에스켐이 '유이'하게 공모가보다 상승한 시초가로 출발했지만 이내 하락 반전하며 20일 현재 주가가 공모가를 크게 밑돌고 있다. 그나마 이 기간 중 유가시장에 상장한 더본코리아가 36.32% 상승한 시초가로 시작하며 유일하게 수익을 주고 있다.

시장이 차갑게 식어버리자 1000대 1을 심심치 않게 넘던 일반 투자자의 경쟁률은 두자릿수대까지 떨어졌고, 노머스의 경우 경쟁률이 2.62대 1에 그친데다 균등 배정 물량을 인수하지 않아 비례 배정으로 넘어가는 보기 드문 상황까지 발생했다. 이에 더해 인프라 투자 전문펀드 케이비발해인프라투융자사는 지난해 3월 한화리츠 이후 20개월여만에 미달이 났다. 정확히는 케이비발해인프라가 개별 상장 종목이 아닌 펀드이기에 균등 방식을 적용하지 않았지만, 지난 2006년 상장한 맥쿼리인프라 이후 사상 두번째로 인프라에 투자할 수 있는 상장 펀드인데다 투자처가 신대구부산고속도로, 용마터널, 수원순환도로 등 수익률이 괜찮은 곳이라 나름 관심이 높았던 것을 감안하면 맞닥뜨린 현실은 냉혹 그 자체였다.

투자자와 주관사의 욕심, 좀 내려놔야

물론 시장이 이렇게 급변한데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국내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자체가 잔뜩 위축된 영향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도를 넘어선 시장의 과열에는 참여자들의 지나친 욕심도 한 몫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IPO를 주관하는 증권사들이 균등 제도 도입 이후 미달될 가능성이 거의 없어지면서 지나치게 공모가 밴드를 높인 것이 첫번째 요인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이전에는 아무리 기관 경쟁률이 높더라도 공모가 상단을 초과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는데, 올해 들어선 기관 경쟁률이 높다는 이유로 앞다퉈 최상단을 훌쩍 뛰어넘는 공모가를 책정하면서 상장 첫 날부터 기업 가치가 지나치게 고평가 된 상황이었다. 그동안 공모 시장의 수급이 활발했기에 잘 드러나지 않았는데, 최근 '거품'이 꺼지면서 그대로 실상이 드러난 것이라 할 수 있다.

중소규모의 투자운용사들까지 죄다 기관 수요에 가담하면서, 많은 물량을 배정받기 위해 지나치게 가격을 높게 써내며 적정한 공모가 책정 과정에 오류가 발생하고 있는 것도 심각한 원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여기에 주관사들이 최소 1~2년 전 상장을 주선하는 회사의 투자자로 참여하면서, '심판'의 역할만이 아닌 직접 투자 이익을 얻는 일종의 이해충돌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 예전엔 거의 무료였지만 이젠 모든 회사들이 1500~2000원의 청약 수수료를 부과하면서 부가 수익을 내고 있는 점, 굳이 주말이나 휴일을 앞두고 청약을 실시해 증거금 반환을 최소 하루 이상 늦추며 이자 수익까지 수취하는 점 등 일종의 '땅 짚고 헤엄치기' 영업을 해온 것에 대한 부작용과 폐해도 이번 기회에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균등 제도가 생긴 후 미달 종목이 거의 사라지면서, 주관사들은 '배짱 영업'을 했고 개인 투자자들은 습관적으로 안일하게 따라간 측면이 있다"며 "공모주 역시 투자이기에 무조건 수익을 주는 것이 아니며, 손실도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는 기회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모가 밴드를 결정하는 과정, 기관 경쟁으로 공모가를 확정하는 과정 등에 외부 전문가들과 개인 투자자들도 참여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또 상장할 회사의 사전 투자자였던 주관사의 물량에 대한 락업 기한을 늘리거나, 주당 취득가와 공모가의 괴리율에 일정 제한을 두고 증거금 반환일을 하루로 줄이는 등 제도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따따상'은 커녕 일반 청약 미달까지…IPO 시장 '한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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