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도식 명칭서 '노동자' 빠져…한국 유족 참석 비용도 우리가 부담
특히 일본의 '성의'를 가늠할 수 있는 중앙정부 참석자와 추도사 내용에 대한 협의도 여전히 진행 중이어서 추도식이 과연 한국인 노동자를 기린다는 취지에 맞게 진행될 수 있을지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선 일본이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투표권을 지닌 한국에 추도식 등을 약속하고 찬성표를 받아냈지만, 정작 이를 이행하는 과정에선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은 추도식을 11월 24일에 연다고 20일 발표했다. 하지만 아직 일본 중앙정부에서 누가 참석할지 확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추도식은 지자체와 민간 단체 등으로 구성된 실행위원회가 주관한다. 그간 사도시에서는 시민단체 주최로 여러 차례 추도식이 열렸는데, 이번에 다른 점은 일본 중앙정부의 당국자가 참석한다는 점이다.
참석하는 당국자의 급에 따라 행사의 무게감은 상당히 달라질 수밖에 없어, 우리 정부는 정무관급(차관급) 이상의 참석을 요청해왔다. 일본 측 참석자가 정해지면 이에 맞춰 한국에서도 당국자를 파견한다는 방침이다.
행사 중 한일이 각각 낭독하기로 한 추도사에 대해서도 아직 내용 협의가 진행 중이다.
일본 측 추도사에 조선인 노동자를 기리는 표현이 어느 정도 수위로 담길지 등을 두고 줄다리기를 계속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추도식에는 사도광산 한국인 노동자의 유족도 10여명 참석할 예정이다. 추도사에 이들을 위로할 진정성 있는 내용이 충분히 담기지 않는다면 일본의 '맹탕 추도식'에 유족들이 들러리만 서게 됐다는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진정성 있는 추도식이 되도록 계속 (일본에) 요청해왔다"며 "추도식에서 유족분들께서 의미 있는 시간을 가지실 수 있도록 행사 내부 내용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협의가 끝난 사안에 대해서도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있다.
추도식 공식 명칭은 '사도광산 추도식'으로 정해졌는데, 이것만 봐서는 누구를 위한 추도식인지조차 불분명하다.
사도광산의 한일 노동자를 위한 합동 추도식이라는 형식을 고려해 '조선인'이라는 표현은 차치하더라도 '노동자'라는 피해 주체마저 빠진 것은 아쉽다는 지적이다.
또 일본이 약속하고 주관하는 추도식이지만, 유족 초청 작업부터 숙소·항공편 등 소요 예산까지 전부 한국 외교부가 부담한다는 점도 추후 달라져야 할 부분이다.
일본 측에서 추도식을 주관하고 개최 장소를 제공하는 것 말고는 한국인 피해자 유족을 위한 지원은 사실상 없는 셈이다.
일본이 애초 약속한 7∼8월을 훌쩍 넘겨 늦가을에야 추도식이 열리기로 겨우 합의되면서 애초 우리 정부가 계획했던 유가족 대상 설명회도 결국 없던 일이 됐다.
사도광산 등재 당시에도 정부는 일본과 비공개 협상 사안이라는 이유로 유족에게 충분한 설명 시간을 갖지 못했는데, 노동자와 그 유가족을 위한 자리인 추도식에 대한 공식 설명 자리도 무산된 것이다.
일본의 각종 선거 등 복잡한 정치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고는 하지만 아쉬운 대목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개별적으로 최대한 많은 유가족 분들을 연락해서 가고 싶다고 하신 분들을 모시고 가게 됐다"고 말했다.
kite@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