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을 발효시켜 된장과 간장을 만들어 먹는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치를 비롯해 장류 등 전통 음식에 대한 국내 수요 감소는 이미 진행형이다. 지난 2022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공개한 '식생활 변화 대응 장류 산업 발전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 1인당 간장 섭취량은 2010년 2.66g에서 2020년 2.19g으로 18%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된장 섭취량은 2.30g에서 1.45g으로 37%나 줄었다. 고추장 섭취량 역시 2.29g에서 2.01g으로 12% 감소했다.
1∼2인 가구 증가 등 인구 구조의 변화와 식생활의 서구화는 물론 외식이나 배달 음식, 가정간편식(HMR)을 먹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가정에서 장류 소비가 줄어드는 현상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장류 시장은 대상과 CJ제일제당, 샘표식품 등 대기업 3사에 집중돼 있다. 대기업들 역시 내수가 부진한 국내 시장보다 해외에 집중하고 있다.
K푸드 열풍으로 이미 수년간 장류 수출이 늘고 있는데,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계기로 한국의 장류와 장류 소스에 대한 관심이 더 증가하면서 수출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업계에선 기대하고 있다.
장류 수출액은 2021년 1억 300만달러(약 1437억원)로 2010년 3900만달러에서 연평균 9.3% 증가했다. 특히 코로나19를 계기로 면역력 향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발효식품이 주목받으면서 2020년과 2021년에는 장류 수출액이 각각 전년 대비 30%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등지에선 한국의 장류 가운데 특히 고추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 고추장 수출액은 2021년 기준 5300만달러로 전체 장류 수출액의 절반을 차지했다. 뉴욕타임스와 가디언 등 해외 주요 언론 등은 최근 고추장 버거나 고추장 쿠키, 고추장 감자스튜, 고추장으로 양념한 닭구이 등의 요리법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특히 해외에서 고추장은 예전에는 '코리안 칠리소스'라고 하다가 지금은 국제식품규격으로 채택돼 우리말 그대로 '고추장'(Gochujang)으로 표기될 정도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다양한 요리에 접목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핫소스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대상과 CJ제일제당은 해외 소비자를 겨냥, 고추장 농도를 묽게 하고 매운맛을 줄인 튜브형 소스 형태로 고추장을 선보이고 있다. 대상은 글로벌 식품 브랜드 오푸드(O'food)를 통해 고추장이나 간장을 활용한 떡볶이 소스 등 세계인의 입맛을 겨냥한 K소스 200종을 20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브랜드를 앞세워 60개국에서 고추장, 된장, 쌈장 등 한식 장과 각종 양념장을 포함한 다양한 K소스를 선보이고, 외식업체들에 납품도 확대하고 있다.
한편 대상은 고추장의 고장인 전북 순창군과 함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에 힘을 보태기 위한 업무협약을 지난 8일 체결했다.<사진> 이를 통해 대상은 순창고추장 장인 4인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한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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