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대화 노력 평가 속 내부조율 부족 지적도…특검법 대응도 숙제
(서울=연합뉴스) 류미나 김치연 기자 =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의정 갈등 중재에 나서면서 정치인으로서의 역량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 모습이다.
의정 갈등 영향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당 지지율이 정부 출범 이후 동반 최저치를 기록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여권 내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 대표가 이번 사태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한 대표는 18일 페이스북에 "추석 연휴 기간 여러 의료계 인사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의료계의 입장을 듣고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해 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있다"며 "정부와 야당도 더 적극적으로 더 유연한 입장으로 나서줄 것을 요청드린다. 여당도 더 노력하겠다"고 적었다.
앞서 한 대표는 지난달 25일 비공개 고위 당정 협의회에서 '2026년 의대증원 1년 유예'를 제안했으나 정부와 대통령실의 반대에 부딪혔고, 이후 지난 6일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야당과 의료계에 공식 제안했다.
한 대표는 의제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며 의료계 설득에 나섰지만 '2025년 증원' 의제화를 놓고 정부와 온도 차를 보였다. 한 대표는 의료계가 요구하는 2025년 증원 문제도 의제로 다룰 수 있다고 봤지만, 정부는 수시 모집이 시작된 상황에서 이 사안을 논의 테이블에 올릴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의료계 설득에 실패하면서 추석 전 협의체 출범은 불발됐다.
한 대표는 사태 해결을 위해선 '대화'가 유일한 해법이라는 판단 아래 연휴 기간에도 의료계와 접촉하면서 협의체 출범을 위한 물밑 노력을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 눈에 띄는 소득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연휴 마지막 날인 이날도 의료계 인사들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지아 수석대변인은 공지에서 "지도부는 사직 전공의들과의 개별적 접촉을 이어가고 있으며, 전공의들의 어려움과 고충에 공감하며 이를 함께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여야의정 협의체의 조속한 출범에 당력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한 대표가 이처럼 협의체 출발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당과 정부 지지율이 동반 하락한 데 따른 위기감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한국갤럽이 지난 10∼12일 만 18세 이상 유권자 1천2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한 결과,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 평가율과 국민의힘 지지도는 직전 조사보다 3%p 떨어지며 각각 20%, 28%를 기록했다.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이날 채널A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연휴가 오늘로 끝나는데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본다"며 "이게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당정은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들의 인내심도 한계점을 향해 가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한 대표가 의료계 설득에 성공해 협의체를 출범시킨다면 정치적 입지가 올라가겠지만 실패할 경우 리더십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까지 한 대표의 중재 역할에 대한 여권 내 평가는 엇갈린다.
일부에서는 한 대표의 적극적이고 유연한 태도 덕분에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긍정 평가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끊임없이 손을 내미는 한 대표가 있어서 의료계가 그나마 마음을 열고 대화를 고려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한 대표가 당정 간, 또는 당내 소통 노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한 의원은 "한 대표가 정말 중재 의지가 있다면 용산과 대화부터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추석 이후 '채상병·김건희 특검' 정국 대응도 한 대표의 과제로 꼽힌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오는 19일 본회의 처리를 예고한 두 특검법에 반대하며 단일대오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채상병 사건 등에서 '국민 눈높이'를 강조해 온 한 대표로선 야당의 공세에 대응하면서 여론 추이도 살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여야의정 협의체는 물론, 민생·개혁 논의가 동력을 잃지 않도록 대야 협상력을 유지해야 하는 점도 한 대표 앞에 놓인 과제다.
minaryo@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