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와 고물가, 여기에 저성장이 이어지면서 금융권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하는 신용유의자가 늘고 있다.
문제는 급여가 상대적으로 낮은 사회 초년생부터 신용유의자가 될 경우 각종 불이익으로 인해 신용 회복이 더뎌진다는 것이다. 신용유의자는 연체 기간이 정해진 기간(대출 만기 3개월 경과 또는 연체 6개월 경과 등)을 초과하면 신용정보원에 등록돼 신용카드 사용 정지와 대출 이용 제한, 신용등급 하락 등 금융 생활에서 각종 제약을 받게 된다.
일종의 '빚 낙인'이 찍히게 되면 실제로 취업을 하거나 직장 생활을 이어가는데도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주택을 구입하거나 전세를 구할 때도 대출이 힘들어지고 이는 연애나 결혼, 출산 등에 대한 연쇄적인 포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연체액이 수십만~수백만원 수준의 소액이라는 점도 청년 채무의 특징이자, 그만큼 한계 상황에 몰려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신용평가회사(CB)에 단기연체 정보가 등록된 20대는 지난 7월 말 기준 7만 3379명(카드대금 연체 제외)으로 집계됐는데, 이 가운데 연체 금액이 '1000만원 이하'인 경우가 절대 다수인 6만 4624명(88.1%)이었다. 20대 연체자 10명 중 9명이 소액 채무자란 뜻이다.
금액 규모를 감안하면 생활비나 주거비 등 생계 관련 비용이라 볼 수 있다. 고금리와 고물가로 인한 경기 둔화로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었고, 그나마 선택해야 할 곳도 최저 임금 수준에 불과한 경우가 많아 개인 재정 상황이 마이너스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청년층도 상당수인 것으로 보인다.
이는 15~29세 청년층 취업자가 2022년 11월 이후 2년 가까이 전년 대비 감소세를 기록중인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이로 인해 지난 7월 청년층 가운데 일을 하거나 혹은 구직활동조차 하지 않고 '그냥 쉬었다'고 답한 청년이 44만 3000명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같은 달 기준 역대 가장 큰 규모다.
이강일 의원은 "저성장이 지속되는 중에 20대 신규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청년들의 생계 어려움이 소액연체라는 결과로 드러났다"며 "청년층 소액연체를 채무조정 등 금융으로 해결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와 사회 정책 등 거시적 청년정책을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