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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층 신용유의자 급증세…10명 중 9명은 1000만원 이하 연체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24-09-09 14:39


고금리와 고물가, 여기에 저성장이 이어지면서 금융권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하는 신용유의자가 늘고 있다.

이 가운데 사회 초년생들인 20대 비율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 더욱 우려된다. 특히 20대의 경우 1000만원 이하의 상대적으로 소액 대출에서 연체가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청년들의 생활고가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뜩이나 학자금 대출 등으로 직장 생활 첫 시작부터 재정 상태가 마이너스인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도, 이는 사회적으로도 상당한 문제라 할 수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업권별 신용유의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한국신용정보원에 신용유의자로 등록된 20대는 6만 5887명(중복 인원 제외)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말 5만 2580명과 대비해 25.3%나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전체 신용유의자가 54만 8730명에서 59만 2567명으로 8% 정도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청년층의 증가세가 상당히 가파르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급여가 상대적으로 낮은 사회 초년생부터 신용유의자가 될 경우 각종 불이익으로 인해 신용 회복이 더뎌진다는 것이다. 신용유의자는 연체 기간이 정해진 기간(대출 만기 3개월 경과 또는 연체 6개월 경과 등)을 초과하면 신용정보원에 등록돼 신용카드 사용 정지와 대출 이용 제한, 신용등급 하락 등 금융 생활에서 각종 제약을 받게 된다.

일종의 '빚 낙인'이 찍히게 되면 실제로 취업을 하거나 직장 생활을 이어가는데도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주택을 구입하거나 전세를 구할 때도 대출이 힘들어지고 이는 연애나 결혼, 출산 등에 대한 연쇄적인 포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20대 신용유의자 가운데 은행권에서 받은 대출을 갚지 못해 등록된 경우가 3만 3610명으로 전체의 절반 수준을 차지했다. 이어 저축은행(2만 2356명), 여신전문금융회사(1만 6083명) 등 순이었다.

연체액이 수십만~수백만원 수준의 소액이라는 점도 청년 채무의 특징이자, 그만큼 한계 상황에 몰려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신용평가회사(CB)에 단기연체 정보가 등록된 20대는 지난 7월 말 기준 7만 3379명(카드대금 연체 제외)으로 집계됐는데, 이 가운데 연체 금액이 '1000만원 이하'인 경우가 절대 다수인 6만 4624명(88.1%)이었다. 20대 연체자 10명 중 9명이 소액 채무자란 뜻이다.

금액 규모를 감안하면 생활비나 주거비 등 생계 관련 비용이라 볼 수 있다. 고금리와 고물가로 인한 경기 둔화로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었고, 그나마 선택해야 할 곳도 최저 임금 수준에 불과한 경우가 많아 개인 재정 상황이 마이너스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청년층도 상당수인 것으로 보인다.


이는 15~29세 청년층 취업자가 2022년 11월 이후 2년 가까이 전년 대비 감소세를 기록중인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이로 인해 지난 7월 청년층 가운데 일을 하거나 혹은 구직활동조차 하지 않고 '그냥 쉬었다'고 답한 청년이 44만 3000명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같은 달 기준 역대 가장 큰 규모다.

이강일 의원은 "저성장이 지속되는 중에 20대 신규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청년들의 생계 어려움이 소액연체라는 결과로 드러났다"며 "청년층 소액연체를 채무조정 등 금융으로 해결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와 사회 정책 등 거시적 청년정책을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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