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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뚜껑 못 따고 발음 어눌해지면 '루게릭병' 의심…디스크·뇌졸중 오인도

장종호 기자 영문보기

기사입력 2024-09-08 16:25


병뚜껑 못 따고 발음 어눌해지면 '루게릭병' 의심…디스크·뇌졸중 오인도

[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병뚜껑을 못 딸 정도로 손에 힘이 안 들어가고, 발음이 어눌해졌다면 '루게릭병'을 의심해 보는 게 좋다.

운동신경세포만 선택적으로 소멸되는 질환인 루게릭병. 정식 명칭으로는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으로 대뇌의 위운동신경세포와 뇌줄기 및 척수의 아래운동신경세포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사라지는 희귀난치성 질환이다. 1930년대 미국 유명 야구선수 '루 게릭'이 이 질환에 걸려 '루게릭병'으로 많이 알려졌으며 영국의 유명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앓았던 질환으로 유명하다.

수원나누리병원 뇌신경센터 신경과 전문의 김지현 과장은 "루게릭병은 근력 저하와 함께 근육이 위축되고 떨리며, 발음이 어눌해지는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를 디스크나 뇌졸중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근골격계 질환과 뇌신경계 질환의 협진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형외과, 신경외과, 신경과 전문의가 있는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루게릭병은 운동신경계의 비정상적인 퇴행성 질환으로, 발병률은 우리나라 10만 명당 1.2만 명, 유병률은 10만 명당 3.43명이다. 현재 치료제 개발을 위해 많은 임상시험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생존기간은 평균 약 50개월로 알려져 있다.

주로 사지에 힘이 빠지는 증상을 느끼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악화되며, 한 부위에서 시작되던 증상이 다른 부위로 점차 퍼져나가는 양상을 보인다. 김지현 과장은 "몸 전체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거동이 불편해지며 발음이 어눌해지고 소통이 어려워진다. 더 나아가서는 삼킴 기능이 약해져 사레들림이 잦아지면서 흡인성 폐렴의 위험도가 올라가고, 호흡근의 약화로 자가 호흡이 어려워지는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루게릭병에 대한 발병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알려져 있지는 않으나 노화, 유전적 요인(가족력), 환경적 요인(신경 독성을 가진 중금속, 세척 용매 세척제, 농약, 외상 뇌 손상 등), 여러 가지 병리학적 기전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환자의 5~10% 정도가 가족력이 있고 대다수의 경우 가족력이 없는 산발형인 경우가 많다.

루게릭병이 의심되어 의료기관을 찾게 되면 가장 먼저 전문의를 만나 병력 청취를 통해 위운동신경세포의 징후와 아래운동신경세포의 징후를 확인하고 병의 진행 여부를 파악한다. 실제 진찰이나 증상으로 나타나지 않는 아래운동신경세포 이상 징후 체크를 위해 근전도 검사를 실시한다. 그 외에도 비슷한 질환을 배제하기 위해 뇌척수액 검사, 뇌/척추 MRI 검사, 혈액검사, 암 검사 등 추가적인 검사를 진행해 진단한다.

현재 루게릭병을 완치하는 특정 치료 방법은 없는 상태로 경구약 처방, 주사제 치료를 통해 병의 진행을 늦추는 치료를 시행하고 있으며, 국내외에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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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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