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가 계속해서 늘고 있지만 그에 따른 '그늘'도 짙어지고 있다. 충전기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고, 전기차 보급이 늘어난 지역 위주로 정비사업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26일 한국환경공단의 전국 17개 시도 전기차 사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전기차 및 충전인프라 보급 확대를 위한 사용자 설문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차 사용 시 불편 사항으로 여전히 충전(29.0%)을 가장 많이 꼽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용 충전시설이 부족하다는 응답률은 44.9%에 달했다. 실제로 충전소 부족으로 불편을 경험했다는 답변은 53.8%로 조사됐고, 지역별로는 대전(66.0%), 경북(64.9%), 광주(63.4%), 경남(62.1%), 세종(60.0%)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전기차 이용자의 절반 이상이 공용 충전소가 부족해서 불편을 겪은 적이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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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용 충전기 설치·확대가 필요한 장소로는 아파트(44.4%), 고속도로 휴게소(15.4%), 대형건물(11.4%), 공영주차장(10.8%)을 주로 꼽았다.
보고서는 전기차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초고속 충전기 우선 보급 등 실효적인 조치를 서두르고, 요금소 인근 주유소 충전시설 확대 등 장거리 운행 편의를 위한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부 지역에서는 전기차의 증가로 자동차 정비 산업이 타격을 받고 있다.
엔진과 흡배기 장치가 없는 전기차는 총 부품이 1만5000여개로, 최대 3만개 가까이 들어가는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적다. 엔진오일을 갈 필요가 없는 등 소모품 교체도 적다 보니 전기차의 정비 수요는 내연기관차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자동차(원동기 포함) 정비업체는 시도별로 보면 5곳에서 감소했는데, 감소율이 특히 높은 3곳은 서울(-19.1%), 제주(-11.7%), 대전(-6.0%)이었다. 이들 지역은 전체 등록 자동차 중 전기차 비중이 큰 곳이다.
전력거래소의 '전기차 및 충전기 보급·이용 현황 분석'보고서에는 지난해 5월 말 기준 등록 자동차 중 전기차 비중이 가장 큰 광역지자체가 제주(5.1%)였고 이어 대전·대구(2.2%), 서울(2.0%) 순이었다.
전기차 증가로 정비업체의 위기는 심화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지난해 4월 한국자동차연구원 '자동차산업 인력 현황 조사·분석' 보고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조사에 응한 886개 정비업체 가운데 '미래 차에 대비해 사업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는 업체는 29.7%에 그쳤기 때문이다.
현재 전기차와 수소차를 수리할 수 있는 정비업체는 1600곳 미만이고 배터리를 포함해 차 모든 부분을 수리할 수 있는 업체는 170곳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환경부와 자동차 정비업계는 올해 초부터 정비업자들을 자동차환경협회 교육에 참여시켜 전기차 충전기 관리·정비 인력으로 양성하는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정비업자에게 공공 급속충전기 관리·정비를 맡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공공 급속충전기는 현재 전국에 8132기가 있다.
강우진 기자 kwj122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