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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이색 테마여행 '고택'…"이야기가 있는 명당으로 떠나요"

김세형 기자

기사입력 2023-11-15 01:21 | 최종수정 2023-11-16 08:30


늦가을 이색 테마여행 '고택'…"이야기가 있는 명당으로 떠나요"
◇충남 논산에 있는 명재고택은 선비의 기품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주택의 가치에 실용성과 과학적 워나가 돋보이는 한옥으로 꼽힌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어쩌면 올해 포근한 풍경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아닐까 싶다. 고택으로 떠나는 이색테마 여행, 한껏 기대해도 좋다. 찬 바람이 불고, 낙엽이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옛스러운 멋은 눈과 마음을 너그럽게 만든다. 나무가 갖고 있는 특유의 따뜻함은 수십, 수백 년이란 시간 속에 자신을 다듬고, 또 다듬었다. 무엇보다 볕 잘 드는 명당에 터를 잡고 있어 시시각각 변하는 곡선의 그림자도 아름답다. 오래된 집, 고택은 그렇게 묵묵히 찾아올 이들을 기다리고, 반긴다. 게다가 저마다 숨은 이야기도 품고 있다. 눈 내리기 전 늦가을 멋을 느낄 수 있는 고택으로 떠나보자.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하는 가볼 만한 곳이다. 고택은 과거로 길을 내는 집이다. 과거에 눈을 뜨는 순간, 새로움이 시작된다. 당일치기 여행이 가능한 것도 매력적이다. 갑작스런 눈과 비는 고택의 운치를 더하지만, 기상 상황에 따라 개방여부·개방시간 등이 변경 될 수 있으니 방문 전 확인은 필수다.


늦가을 이색 테마여행 '고택'…"이야기가 있는 명당으로 떠나요"
◇명재고택의 명물로 꼽히는 장독대.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논산 명재고택, 조선 학자 윤증과 만남

충남 논산에 있는 명재고택(국가민속문화재)은 평생 벼슬을 사양하고 학문 연구와 후대 교육에 전념한 조선 대학자 명재 윤증의 집이다. 고택은 안채와 광채(곳간채), 사랑채, 사당으로 구성된다. 보존 상태가 양호한 조선 양반 주택의 가치에 실용성과 과학적 원리가 돋보이는 한옥으로 꼽힌다. 미닫이와 여닫이 기능을 합친 안고지기를 활용한 사랑채, 일조량과 바람의 이동을 고려한 안채와 광채 배치 등 선조의 지혜가 돋보인다. 안채로 들어가는 문 뒤에 내외 벽을 설치하고 벽 아래 틈을 둬 안채 대청에서 방문객의 신발을 보고 안주인이 대비할 수 있도록 한 점도 눈에 띈다. 인공 연못, 장독대, 고목 등이 운치를 더한다. 후손이 거주하고 있어 지정된 장소 외 출입을 금한다. 고택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4시(하절기 오후 5시까지, 명절 연휴 휴관), 관람료는 없다.

고택을 둘러보는 데 오랜 시간은 걸리지 않는다. 고택의 멋스러움을 느끼는 데 부족함은 없지만, 아쉬움이 남는다면 인근 돈암서원(사적)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돈암서원(사적)은 조선 중기 정치가이자 예학 사상가 사계 김장생을 기리며 건립했다. 현종 때 사액서원(조선시대 왕으로부터 서원명 현판과 노비·서적 등을 받은 서원)이 됐으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한국의 서원'으로 등재된 9곳 중 하나다. 인근 연산역에서 기차문화체험관과 연산역 급수탑(국가등록문화재)과 옛 곡물 창고가 복합 문화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한 연산문화창고 등을 둘러보는 것일 추천한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논산 연무읍에 있는 선샤인랜드를 방문해도 좋다. 선샤인랜드는 한국전쟁에서 끝난 1950년대를 재현한 세트장은 과거로의 추억여행을 할 수 있고 동시에 새로운 세대에게에는 역사의 현장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드라마 '미스터선샤인'의 촬영지였던 만큼, 곳곳에서 색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늦가을 이색 테마여행 '고택'…"이야기가 있는 명당으로 떠나요"
◇ 경남 함양에 있는 일두고택의 사랑채 전경. 일두고택은 건축한 지 수백 년이 흘렀지만, 보존상태가 양호한 영남 지역 양반 가옥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함양 일두고택, 성리학 대가 정여창의 숨결

경남 함양에 있는 일두고택은 15세기 성리학의 대가로 불리던 정여창의 집이다. 정여창은 동방오현에 오른 유학자로 평가받는다. 지금 남은 고택은 정여창이 세상을 뜨고 약 1세기가 지나 건축했다. 건축한 지 수백 년이 흘렀지만, 보존 상태가 양호해 영남 지역 양반 가옥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입구 솟을대문에 정여창 가문이 나라에서 받은 정려 5개가 있다. 사랑채에는 정여창의 후손이 사는 집이란 사실을 말해주는 '문헌세가' 편액이 걸렸고, 그 뒤 방문 위에는 '충효절의'라고 커다랗게 쓴 종이가 붙었다. 누마루에서는 마당에 조성한 석가산 풍경이 보인다. 천장 모서리에도 탁청재 편액이 걸렸다. '탁한 마음을 깨끗이 씻는 집'이란 뜻이다. 사랑채 옆으로 난 일각문을 지나면 여성의 공간인 안채로 연결되고, 곡간과 정여창의 영정을 모신 사당이 차례로 나온다.

일두고택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함양 남계서원(사적)은 정여창이 세상을 떠나고 그를 기리는 지역 선비들이 세웠다. 남계서원 바로 옆에 문민공 김일손을 추모하는 함양 청계서원(경남문화재자료)이 자리한다. 함양박물관을 방문하면 함양군의 역사와 유물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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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구례에 있는 운조루 전경. 운조루는 류이주가 낙안군수를 지낼 때 지은 집으로, 입구에 있는 쌀 뒤주가 인상적이다. 쌀 뒤에 쌀은 가난한 이웃이 가져 갈 수 있도록 했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구례 운조루, 류이주의 '나누는 삶'

운조루는 전남 구례군 토지면에 있다. '구름 속의 새처럼 숨어 사는 집'이란 뜻의 운조루(국가민속문화재)는 너그럽고 포근한 고택이다. 1776년(영조 52) 류이주가 낙안군수를 지낼 때 지은 집이다. 250년이 흐른 지금도 잘 보존 된 외관이 인상적이다. 화려한 장식은 없지만, 그 안에 숨은 사연들은 고택의 품격을 높인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류씨 집안은 타인능해라고 새긴 뒤주에 쌀을 채워 가난하고 어려운 이웃이 가져갈 수 있게 했다. 사랑채와 안채, 행랑채, 사당, 연지로 구성된 고택은 규모가 제법 크지만, 모두 소박함을 바탕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부드러운 산세가 한눈에 들어오는 사랑채 누마루는 운조루의 백미로, 문인들이 풍류를 즐긴 곳이다. 수분실이라는 현판을 걸어 절제 있는 삶을 지향하고, 굴뚝은 낮게 만들어 이웃을 배려했다. 운조루는 항상 열려 있으며 입장료는 어른 1000원, 학생(10~18세) 700원이다.


늦가을 이색 테마여행 '고택'…"이야기가 있는 명당으로 떠나요"
◇운조루의 사랑채는 문인들이 풍류를 즐기던 곳이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운조루 인근에는 섬진강어류생태관이 있다. 섬진강어류생태관에서 다양한 민물고기와 멸종 위기종인 수달(천연기념물) 한 쌍을 만날 수 있다. 매월 끝자리 3·8일에 여는 구례5일시장은 갖가지 주전부리를 파는 청년점포가 생기를 더한다. '2023~2024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된 천은사상생의길&소나무숲길의 경우 가벼운 산책을 통해 가을 정취와 깊은 여운을 느끼 수 있는 게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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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남양주에 있는 여유당은 정약용이 나고 자란 곳이다. 정약용은 인생의 시작과 끝을 이곳에서 맞이했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남양주 '여유당' 정약용의 이야기

다산 정약용은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에서 나고 자랐다. 1800년 정조가 승하하자, 정약용은 고향으로 내려와 사랑채에 '여유당'이ㅏ는 현판을 걸었다. 여유는 '조심하고 경계하며 살라'는 뜻이다. 다산은 조심히 살겠다고 다짐했지만 이듬해부터 18년 동안 강진에서 유배 생활을 했다. 고향으로 돌아온 정약용은 생을 마감할 때까지 여유당에서 '목민심서', '흠흠신서' 등을 정리했다. 선생이 살던 생가는 1925년 대홍수로 떠내려가, 1986년에 다시 세워졌다. 사랑채와 안채로 구성되며, 다산의 성품처럼 소박하다. 여유당 뒤 언덕에 정약용선생묘(경기기념물)가, 언덕 아래 선생이 쓴 자찬묘지명이 있다. 강가 인근에 있어 늦가을 바람이 차지만, 볕 잘 드는 곳에 있어 한바퀴 둘러보는 데 무리는 없다. 잘 가꿔진 조경과 함께 곳곳에 도르레 등의 발명품도 재현되어 있어 눈으로 익히는 역사 공부의 장이 된다.

아이와 함께라면 주목해야 할 팁 하나. 여유당과 정약용선생묘가 자리한 정약용유적지를 여행할 때는 배우 정해인이 녹음에 참여한 오디오 가이드를 이용할 수 있다. 유적지 운영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월요일, 1월 1일, 명절 당일 휴관), 입장료는 없다.

싸늘해진 날씨가 부담스럽다면 정약용유적지 건너편에 실학을 주제로 꾸민 실학박물관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다양한 영상자료와 함께 볼거리가 다양하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반려동물과 산책이 가능한 다산생태공원, 레트로 감성이 물씬 풍기는 능내역을 함께 둘러보는 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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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중구 신포로에 있는 인천시민애집에 있는 1883모던하우스. 과거 인천시장 관사를 개조한 근대식 한옥이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인천시민애집, 눈으로 즐기는 근현대사

인천시민애집은 인천 중구 신포로 39번길에 있다. 인천항 인근, 자유공원 남쪽에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인 사업가가 저택을 지어 살던 곳을 인천시가 매입, 한옥 형태 건축물을 올리고 시장 관사로 활용했다. 이후 인천시청이 이전해 인천역사자료관으로 쓰이다가, 2021년 7월 재정비를 마치고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개방했다.


늦가을 이색 테마여행 '고택'…"이야기가 있는 명당으로 떠나요"
◇ 인천시민애집 1883모던하우스 사랑채쉼터 모습.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인천시민애집은 크게 세 공간으로 나뉜다. '1883모던하우스'는 과거 시장 관사를 개조한 근대식 한옥이다. 일본식 저택이 있었을 때 모습을 간직한 '제물포정원'이 주변을 감싼다. 경비동은 인천항과 개항로 주변을 조망하는 '역사전망대'로 이용하고, 내부는 전시관 역할을 한다.

인천시민애집 주변에는 개항기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 많다. 개항기 서양인이 사교 모임을 하던 구 제물포구락부(인천유형문화재) 건물이 대표적이다. 대불호텔전시관에는 한국 최초 서양식 호텔에 관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전국 각지에서 활동한 작가들의 근대문학 작품을 한눈에 살펴보고 싶다면 한국근대문학관을 방문해도 좋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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