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상황으로 기업들의 이자 비용 부담이 늘어난 가운데, 지난해 국내 상장기업들의 영업이익이 지난 2021년 대비 약 3분의 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은 1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4% 넘게 줄어든 것.
대한상의는 지난해 4월 이후 무역수지가 15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수출 부진으로 대기업 중심으로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분석했다.
이들 기업의 지난해 매출액은 2021년보다 12.1%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은 1년 전보다 6.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총부채는 10.4% 증가해 총자산의 증가 폭을 넘어섰다.
지난해 조사 대상기업의 이자 비용은 14조2000억원이었다.
최근 고금리 여파로 기업이 부담해야 할 이자 비용은 전년 대비 31.9% 증가했다.
이자보상배율은 5.1배로 전년(10.1배)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이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을 수 있는 능력으로 영업이익을 이자 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기업 안정성도 악화했다.
조사 대상 기업의 부채비율은 79.9%로 전년 대비 4.8%포인트(p) 상승했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이 전년 대비 4.6%p 오른 77.5%로 나타났다. 중견기업은 전년보다 6.2%p 오른 96.2%로 부채 상황이 가장 안 좋았다. 중소기업은 0.4%p 오른 44.5%로 집계됐다.
기업의 차입금의존도(19.2%)도 전년 대비 0.5%p 올랐다.
대한상의는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의 은행 대출은 104.6조원 증가했고 회사채 발행은 5.9조원 감소했다"라면서 "원자재 가격상승으로 운전자금 수요가 많이 올랐지만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어 기업들의 자금확보와 부채관리에 어려움을 더했다"고 밝혔다.
기업의 총자본에서 부채를 제외한 자기자본의 비중을 나타내는 자기자본비율은 전년 대비 1.5%p 하락한 55.6%였다. 이는 최근 4년 중 가장 낮은 수치다.
기업의 활동성을 측정하는 지표도 상황이 좋지 않다.
총자산에서 재고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4년 중 가장 높은 7.7%로 나타났다.
재고자산이 매출로 이어지는 속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재고자산회전율은 10.6회로 11.7회였던 전년보다 줄었다. 회전율이 높을수록 재고자산이 매출로 빠르게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재고자산회전율은 앞서 2019년 11.2회, 2020년 11.1회였다.
재고자산과 재고자산회전율로 봤을 때 지난해 우리 기업은 코로나19가 심화하며 자가격리에 들어간 2020년, 2021년보다 상황이 좋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기업 현장의 부채 부담 우려가 큰 상황"이라면서 "기업 활력 회복과 경기 활성화를 위해 선제적 통화정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강우진 기자 kwj122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