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경마]'신장개업' 서울 문병기 조교사, 소통하는 조교사를 꿈꾸며 달린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22-07-08 07:15


문병기 조교사(오른쪽)와 직접 관리해온 경주마 마스크. 사진제공=한국마사회

한국마사회는 7월 1일 부로 새로운 출발을 알린 조교사를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서울경마공원에서 첫 팀을 꾸리며 신규 개업한 주인공은 바로 21조의 문병기 조교사다.

1968년생인 그는 1991년 말관리사로 데뷔해 지금까지 우직하게 한 길을 걸어 온 경마공원의 '성실맨'이다. 오랜 노력과 담금질을 거쳐 마침내 조교사란 꿈을 이룬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먼저 조교사 개업 소감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했다. 조교사 데뷔가 꿈만 같고 마음이 설렌다는 그는 다가오는 일요일(10일) 첫 경주 데뷔를 앞두고 있다.

경마에 발을 디딘 건 지인의 소개로부터 시작됐다. 말관리사로 근무를 시작해 조교보 팀장으로 근무하면서 말을 관리하다 보니 본인과 정말 잘 맞는 일이었고 말에 대한 사랑과 애정을 가지고 근무하는 게 좋았다고 한다. 말에 대한 애정은 열정이 되고 조교사가 되보고 싶다는 꿈도 품게 만들었다.

그가 이렇게 올곧은 길을 걸을 수 있었던 것도 주변의 도움 덕분이라며 공을 주변 사람들에게 돌렸다. 그 중 지난 달 은퇴한 임봉춘 前 조교사는 문병기 조교사와 특별한 인연으로 맺어져 있다. 20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 일한 동료이자 선배로, 임 전 조교사의 성실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본받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문 조교사는 말했다.

21조 선배 임봉춘 前 조교사가 전한 조언은 무엇인지 물었다. 특별한 조언보다는 그냥 성실한 모습,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걸 이야기하며 열심히 하라는 말을 많이 해줬다고 한다. 임 전 조교사가 있었기에 첫 기반을 잡는데도 어려움 없이 잘 될 것 같다는 그는 임봉춘 조교사 은퇴 시기 계속 옆에서 함께하며 술 한 잔도 하면서 그 동안의 회포를 풀었다고 한다. 임 전 조교사의 이야기를 전하는 그의 모습에서 찐한 동료애와 우정을 느낄 수 있었다.


문병기 조교사(오른쪽)가 경주마 마스크와 함께 산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문 조교사는 배우고 공부하는 사람이다. 그는 말 조련사와 승마지도사 자격도 취득했다. 끊임없는 학구열로 말과 관련된 공부를 꾸준히 하려고 노력했고 부족한 부분은 자격증 시험을 통해 채웠다고 한다. 이러한 공부가 본인의 열정에도 많은 도움을 줬던 거 같다고 그는 이야기했다. "인생에서 이렇게 도전할 수 있는 게 좋잖아요." 그의 도전사(史)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말관리사로서의 경험 역시 그에겐 소중한 자산이다. 그는 말관리사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말과 함께 생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말 컨디션이나 질병 관리, 인적 관리 같은 분야에서 말의 성격이나 특성을 잘 알기 때문에,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후배들에게도 말 조련사, 승마 지도사와 같은 관련 분야 공부를 통해 경험을 쌓으면 이후 조교사로 진출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선진 경마를 배우고 스스로 변화하고자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문 조교사, 그는 외국인 조교사가 개업한다는 소식을 듣고 해당 마방에 바로 지원하기도 했다. 그게 바로 토니 조교사와의 인연의 시작이었다. 약 2년 7개월을 함께 일했다는 그는 토니 조교사 역시 배울 점이 참 많은 조교사로 그 때의 경험은 앞으로 마방 운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며, 지금처럼 앞으로도 토니와의 우정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다는 마음도 전했다.


그는 동물복지에도 관심이 많다. 말이 아프지 않도록 말 컨디션 위주로 훈련 방식을 모색하다 보니 자연스레 건강하게 마생(馬生)을 영위한 말들이 많았다고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소통이 중요하듯 말과 소통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는 그는 경주마가 조금이라도 상태가 안 좋거나 무리가 올 거 같으면 훈련 강도를 조절하는 등 말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노력을 지금도 꾸준히 경주하고 있다고 한다.

21조 마방의 이름이 '말 그리고 사람'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문 조교사는 앞으로도 동물복지를 최우선으로 말과 사람이 더불어 공존할 수 있는 마방을 만들기 위해 힘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그는 이번 주 일요일 첫 데뷔를 앞두고 있다. '선더플래시'와 함께하는 도전인데 '선더플래시'가 그에게 과연 첫 승을 안겨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본인 마방에 속한 '미르베스트'도 잠재력이 큰 말로 꼽았다.

마지막으로 21조 마방을 앞으로 어떻게 꾸려나갈지에 대해 물었다. 그는 역시나 '소통'을 강조했다. 존중과 배려를 무기로 소통을 잘하는 조교사로 성장하고 싶다는 따뜻한 마음가짐을 숨기지 않았다. 올해는 크게 욕심내지 않아도 말한테 정성을 쏟다보면 나름의 성적이 나오지 않겠느냐며 웃음으로 마무리했다. 느낌도 좋으니 좋은 성적도 함께 할 거 같다는 겸손하면서도 소탈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늦게 조교사로 데뷔했지만 경마 팬들에게 진짜로, 정말 사랑받는 조교사가 되겠습니다." 팬들에게 전하는 인사에서도 신입 조교사로서 품고 있는 진심과 의지가 드러났다. 이제 비로소 첫 발을 뗀 문병기 조교사의 첫 질주를 응원하며, 지금의 마음가짐을 잊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성장해 '꽃길'만 걷는 조교사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