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의 오너리스크가 불거졌다.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총수 일가가 보유한 회사를 계열사에서 누락하고, 친족 2명을 은폐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호반건설은 2017년 기준 자산이 5조원을 넘어서며 대기업 집단에 이름을 올렸고,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순위(2021년 기준)는 13위로 국내 대형 건설사로 분류되는 곳이다.
공정위 주장에 따르면, 김 회장은 호반건설이 대기업집단으로 처음 지정됐던 2017년부터 네 차례에 걸쳐 중요 정보를 다수 누락했다.
우선 2019∼2020년 제출한 지정자료에서 건설자재유통업체 삼인기업 내용을 제출하지 않았다. 삼인기업은 김 회장의 배우자 외삼촌의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다. 김 회장은 호반건설의 주주인 배우자의 외삼촌과 그 아들을 인지하고 있었고, 지분율 요건만으로도 손쉽게 계열사 여부를 파악할 수 있었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호반건설 직원들도 삼인기업을 친족 회사로 인지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호반건설은 2019년 11월 공정위가 부당 내부거래 혐의 조사를 시작하자 삼인기업과 거래도 문제가 될 것으로 보고 계열사가 아닌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친족 보유지분을 부하 직원, 지인 등에게 양도한 것으로 공정위는 보고 있다.
이후 지난해 2월 지정자료 허위 제출 문제에 대한 공정위 조사가 별도로 시작되자 호반건설은 삼인기업을 청산했다.
이외에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김 회장은 친족인 사위, 여동생, 매제가 각각 최대 주주(지분 31∼100% 보유)인 세기상사, 영암마트운남점, 열린개발도 지정자료 제출 때 누락했다. 김 회장은 사위가 지분을 가진 회사를 계열사로 편입할 필요가 있다고 수차례 보고받았지만, 의도적으로 딸의 혼인신고일을 기재하지 않고 계열편입신고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해당 회사를 누락했다. 김 회장은 동서의 사위가 지배하는 회사인 청연인베스트먼트 등 9개사를 지정자료 제출에서 빠뜨리고, 사위와 매제 등 2명의 친족도 친족현황 자료에서 누락했다.
공정위는 김 회장이 2016년부터 다수의 지정자료를 제출해온 경험이 있는 점, 일부 계열사는 누락 기간이 4년에 이르는 점, 누락 기간에 미편입 계열사들은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금지 및 공시 의무 규정을 적용받지 않게 된 점 등을 고려할 때 경제력 집중 방지의 근간이 훼손된 것을 검찰 고발 배경으로 밝혔다. 공정위의 검찰 고발과 관련해 위법성이 인정될 경우 김 회장은 2년 이하 징역이나 1억5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호반건설은 공정위의 판단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고의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호반건설은 향후 공정위 결정서 세부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고,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공정위의 조사과정에서 고의적으로 이뤄진 일이 아니라고 소명했지만 반영되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쉽다'는 입장이다.
호반건설은 "지정자료 제출 시, 일부 친족 및 관련 회사가 누락된 것은 고의가 아닌 업무 담당자의 단순 실수"라며 "공정위 조사와 심의과정에서 수차례 소명하였음에도 이 점이 반영되지 않아 매우 아쉽다"고 밝혔다. 지정자료 제출 이후 자체 조사를 통해 누락된 신고대상을 발견해 계열 편입신고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자진 시정을 했고, 지정자료 제출 등 관련 조직을 정비하고 담당 인력을 충원하는 등 법규 준수를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누락된 회사의 경우 동일인(김 회장)이 주식을 1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고 있고, 동일인의 친족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업집단에 포함된다고 보는 것은 법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친족이 동일인에게 알려주지 않는 한 회사의 존재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자료 제출 누락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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