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이 연말까지 이어지면서 기업들의 연말 종무식과 연초 시무식 풍경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주요 대기업들의 경우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일찌감치 재택근무에 들어간 곳이 많고, 5인 이상 모임도 금지돼 송년회는 고사하고 팀별로 점심 한 끼도 어려운 분위기"라면서 "기업들이 어느 때보다 차분한 분위기 속에 연말·연초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LG그룹의 대부분 계열사는 지난 24일 공식 업무를 종료하고 내년 1월 3일까지 장기 휴가에 돌입했다. 12월 마지막 주에는 업무에 필요한 소수 인력을 제외한 대부분은 집에서 휴식을 취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다.
GS건설과 금호석유화학은 각각 23일과 24일 올해 업무를 종료한 뒤 내달 3일까지 전사 휴무에 들어갔다. 앞서 금호석유화학은 임직원 1300명에게 송년회를 대신해 총 4억원 상당의 '1++'등급 한우를 선물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현대건설도 예년에는 12월 30일까지 근무를 해 왔지만, 올해는 종무 일을 29일로 앞당기고 30일부터 휴가에 돌입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다수가 모이는 송년회를 진행하지 못하는 데다 별도 종무식도 없어 휴가를 앞당기는 기업들이 예년보다 증가했다"면서 "연차휴가 소진 차원에서 단체 휴가를 진행하는 측면도 있지만 최근 거리 두기 강화 조치로 직원들끼리 점심 한 끼도 마음 편히 먹지 못하다 보니 오히려 휴가를 반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일부 기업들은 비대면 트렌드에 맞춘 '랜선 송년회'로 아쉬움을 달래기도 한다.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은 18일 일찌감치 이구영 한화케미칼 대표 등 경영진이 방송에 출연해 비대면 방식 온라인 송년회를 개최했다. 경영진은 해당 자리에서 올해 우수 실적을 거둔 직원들을 포상하고 신성장동력인 그린수소와 헬스케어 소재 사업 소개, 질의응답 시간 등을 가지며 직원들과 교감했다.
매년 새해를 맞이하며 경영진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시무식 역시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방식의 온라인 채널을 활용해 이뤄진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 SK그룹 등 주요 대기업들은 본사 강당 등에 수백 명씩 모여서 진행하던 시무식을 없애고 이를 대체할 온라인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매년 수원 본사 삼성 디지털시티에서 5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시무식을 진행해온 삼성전자는 내년에는 김기남 부회장의 신년사를 영상 또는 이메일로 직원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LS그룹은 매년 안양 본사 LS타워 대강당에서 그룹 회장과 사장단 등 임직원이 모여 '신년 하례회'를 해 왔지만, 내년에는 구자열 그룹 회장의 '영상 신년사'로 이를 대체한다.
LG그룹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구광모 그룹 회장과 계열사 대표이사의 신년사를 임직원들 이메일로 전달하는 것으로 시무식을 갈음한다.
보험업계와 철강·조선업계의 연말 종무식과 연초 시무식 풍경 역시 달라졌다.
주요 보험사들은 온라인 채널을 활용한 비대면 시무식 준비에 한창이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매년 서울 서초 사옥 대강당에서 모든 직원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시무식을 진행해 왔지만, 내년에는 영상이나 이메일을 통해 직원들에게 신년사를 전달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매년 광화문 사옥 대강당에서 주요 임직원들이 모여 신년식을 진행해온 현대해상도 '영상 신년사'로 이를 대체한다.
포스코는 올해 별도의 종무식을 진행하지 않는다. 시무식은 매년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포스코 및 그룹사 임직원, 직원 대표, 협력사 및 공급사 대표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던 것을 내년에는 최소한의 인원만 모여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 양재동 본사 강당에서 시무식을 열어오던 현대제철 역시 내년에는 온라인으로 이를 대체한다.
현대중공업은 사내방송으로 종무식을 대체했으며 시무식은 대표이사 신년사와 안전결의 영상 등을 사내방송과 유튜브로 전달하는 방식을 택했다. 삼성중공업은 별도의 종무식과 시무식을 열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단체의 신년 행사 역시 일제히 비대면으로 전환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내년 7일 열리는 경제계 신년 인사회를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한다.
경제계 신년인사회는 정·관계, 노동계 등 각계 인사 1000명 이상이 참가하는 대규모 행사다. 그러나 내년에는 정세균 국무총리와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영상을 통해 신년사와 인사말을 전달하고 나머지 관계자들은 온라인으로 새해 안부를 대신 전하게 된다.
관련 업계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이와 같은 비대면 시무식이 뉴노멀(새로운 일상)로 자리 잡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기업 대강당에서 열리던 시무식은 관습에 의해 이어진 측면이 많다"면서 "최근 몇 년 사이 기업들의 종무식이 사라져 간 것처럼 코로나19가 종식된 뒤에도 온라인 시무식을 진행하는 기업들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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