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박진회 행장이 임기 만료 전 퇴진을 선언하며 화제가 됐던 한국씨티은행(이하 씨티은행)이 이번엔 금융당국으로부터 거액의 과태료 등 제재를 받으며 구설에 올랐다.
16일 금융감독원은 씨티은행에 '불완전판매'와 '꺾기' 등으로 기관주의와 6억12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고 제재 사실을 밝혔다. 이는 수년간 고객 10만명당 민원 건수 수위를 차지해 온 씨티은행에 대한 당국의 '철퇴'라는 지적이다. 특히 씨티은행이 박진회 행장 조기 퇴진 이후 유명순 수석부행장의 '은행장 직무대행 체제'로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악재가 터져나온 셈이다.
씨티은행이 금감원으로부터 자본시장법, 은행법,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과태료 6억1250만원을 부과받고, 기관주의 등의 처분을 받았다.
16일 금감원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2017년 1월 1일~2018년 12월 31일 일반투자자 60개 기업과 장외파생상품 및 외환파생상품을 거래하면서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
우선 2017년 1월 2일~2018년 12월 28일 일반투자자 58개 기업과 거래하면서, 기업의 수출입실적 등 위험회피대상의 종류와 금액을 확인하지 않거나, 연간 거래한도를 초과해서 외환파생상품을 거래했다. 이 기간 거래 건수는 5042건으로 거래 금액은 8조3627억 원에 달한다.
또한 자본시장법 상의 설명의무 및 설명서 교부의무를 위반했다. 2017년 11월 1일~2018년 12월 18일 일반투자자 2개 기업과 거래하면서 16건, 178억원 규모의 외환파생상품 내용과 거래 위험 등에 대해 설명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상품설명서를 교부하지 않았고, 서명 등의 확인을 받지 않았다.아울러 금융투자업자가 영업에 관한 자료를 10년 동안 기록·유지해야 하는 의무도 위반했다. 2017년 1월 2일~2018년 12월 31일 일반투자자 52개 기업과 체결한 외환파생상품 거래 5566건에 대한 투자자 일반정보 등 영업에 관한 자료 86건을 기록·유지하지 않았다.
이른바 '꺾기'로 불리는 차주에 대한 금융상품 끼워팔기도 적발됐다. 은행법 상 차주인 중소기업이나 신용등급이 낮은 개인에게 대출을 시행하고 1개월 내에 월수입금액이 여신금액의 1%를 초과하는 예·적금이나 집합투자증권을 판매하는 것은 금지 사항이다.
이밖에 정보처리시스템에 관한 망분리를 철저히 하지 않는 등 전자금융거래의 안전성 확보 의무도 위반했다. 또 공개용 웹서버 로그파일에 이용자 정보를 암호화하지 않는 등 관리 대책을 철저히 하지 않은 것도 적발됐다.
금감원은 씨티은행에 파생상품거래 관련 내부통제제도 개선과 함께 파생상품 가격 적정성 검토 절차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무더기 적발'로 인한 고강도 제재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예고된 수순'이라는 반응이다.
실제 씨티은행의 지난해 고객 10만명 당 환산 민원건수는 11.1건으로, 은행권 최다를 기록하는 등 수년간 '불명예 수위'를 차지해왔다.
지난 7월에도 이사회에 경영계획 보고 미흡, 업무문서의 한글화 필요, 리스크관리위원회 운영 미흡 등의 사유로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유의·개선사항 22건을 무더기로 지적받은 바 있다.
박진회 행장, '이례적' 조기 퇴진…차기 행장 인선 '안갯속'
이처럼 잡음이 이어지고 있는 씨티은행은 내달 27일이 임기 만료인 박진회 행장이 지난달 '조기 퇴진'하면서 또다른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지난 2014년부터 씨티은행을 이끌어왔던 박 행장은 당초 3연임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되어왔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위기에서는 가급적 수장을 바꾸지 않는다'는 묵시적 관행에 무게가 실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행장이 임기를 두달 넘게 남긴 지난달 14일 돌연 '사임' 의사를 알리면서, 금융권에서는 그 배경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대체로 씨티은행의 상반기 실적이 '어닝쇼크'로 불릴 만큼 추락하자, 박 행장이 스스로 연임 도전을 포기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씨티은행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연결기준)은 전년 같은 기간의 반토막 수준이 899억9700만원을 기록했다. 특히 박행장이 퇴진 의사를 밝힌 지난달 14일 발표된 2분기 당기순이익은 3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4%나 급락했다. 은행 측은 코로나19로 인한 충당금 추가적립과 본점건물매각이익 소멸효과로 인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SC제일은행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전년동기대비 21.1% 늘어나는 등 선전한 다른 은행들과 확연히 차이가 난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박행장의 조기 퇴진은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라면서, "특히 지난 2017년 박 행장이 주도했던 대규모 영업지점 감축 효과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 등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행장은 지난해 18억9600만원의 연봉으로, 현직 은행장 가운데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바 있다.
이 때문에 내달 선임될 새로운 씨티은행장에 대한 관심도 적지 않다. 그러나, 한달 남짓 남은 인선 마감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행장 후보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일각에서는 행장 선임 과정이 '깜깜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새 행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지난 1일부터 '씨티은행장 직무 대행'을 맡고 있는 유명순 수석부행장이다. 특히 지난 10일(현지시간) 본사인 미국 씨티그룹에서 여성인 제인 프레이저(Jane Fraser)를 차기 CEO로 결정하면서, 유 대행이 '유리천장'을 깨고 수장에 오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유 대행이 JP모건으로 떠났다가 돌아온 지난 2015년 노조에서 컴백을 강하게 반대했다는 점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당시 노조는 유 대행이 2013년 디지텍시스템스의 대출사기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2014년 3월 퇴임 후 4월에 JP모건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이밖에 박장호 씨티글로벌마켓증권 한국 대표도 하마평에 올라 있다.
한편 씨티은행 차기 행장은 내규에 따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통한 후보 추천과 주주총회, 이사회를 거쳐 선임될 예정이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이달 25일 1차 임추위를 열어 후보군을 결정하고, 10월 초에 열리는 2차 임추위에서 최종 행장 후보를 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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