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충격에 세계 자동차 업체들의 1분기 실적이 수직 추락했다.
미국 포드는 1분기 손실이 20억 달러(약 2조4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포드는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떨어졌다.
프랑스 르노그룹은 1분기 매출이 101억 유로(약 13조4400억원)로 1년 전보다 19.2% 줄었다. 1분기 영업이익이 얼마인지는 아직 밝히지 않았다.
기아차 관계자는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시장 수요가 2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더 악화할 여지가 충분하며 시장 예측이 불가능하다"면서 "2분기부터는 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 영향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수요 절벽에 직면할 우려가 크다"고 전망했다. 르노그룹 관계자도 콘퍼런스콜에서 "이 위기가 얼마나 오래 지속할지, 실적에 어떤 영향을 줄지 불명확하다"고 말했다.
올해 세계 승용차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22%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승용차 생산의 1분기와 2분기 감소 폭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4%, 44%로 정점을 찍고 하반기(7~12월)에는 8%로 둔화되면서 점차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전반적으로 자동차 생산 활동이 회복되겠지만 직원들의 건강 등을 고려한 새로운 조업 기준이 생산량 회복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주요국 자동차 공장의 3분의2 이상이 가동 중단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 14개국 자동차 생산국의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주요 메이커별 공장 가동중단 비율을 조사한 결과 세계 주요 완성차 공장 가동률이 평균 29.0%에 그쳤다. 유럽·미국·중국 등 주요 14개국 중 GM은 8개국에 보유한 38개 공장 중 34개 공장을 중단해 가동중단 비율이 89.5%로 가장 저조했다. 피아트크라이슬러(85.7%), 르노(85.0%), 포드(82.8%), BMW(81.2%), PSA(76.0%), 혼다(68.2%), 폭스바겐(61.5%), 닛산(60.7%), 테슬라(50%), 도요타(46.3%), 현대·기아(35.3%)가 뒤를 이었다.
국내 자동차공장은 주요 글로벌 제도자 대비 양호한 가동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수출과 내수 감소로 가동률이 60~95%로 저하된 상태다.
그나마 코로나19로 닫았던 유럽과 미국 공장이 하나둘씩 열리고 있는게 반가운 소식이다.
현대·기아차는 유럽에선 가동을 시작했고 미국에선 5월 4일부터 생산을 재개한다. 기아차는 3교대에서 2교대로 줄여서 운영한다고 밝혔다.
볼보는 20일부터 스웨덴 공장 생산을 재개했고,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 공장은 5월 11일에 열 계획이다. BMW가 5월 4일부터 미국 공장을 열고 유럽 내 최대 규모인 딩골핑 공장과 멕시코 공장은 11일에 연다.
도요타는 5월 4일에 미국과 캐나다 공장을 열고, 벤츠 앨라배마 공장은 27일, 폭스바겐 테네시 공장은 5월 3일에 가동한다. 이 밖에 GM, 피아트크라이슬러, 포드는 5월 4일 재가동을 두고 전미자동차노조와 협의 중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하다보니 자동차 업체들은 코로나19 위기를 버텨내기 위한 유동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차는 1분기 말 현재 자동차 부문에 11조원 수준의 현금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극심한 경영환경 변화에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기 위해 유동성 관리를 경영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 사태로 적자가 났던 2016년 이래 처음으로 회사채 발행에 나서 3000억원을 조달한다. 기아차도 회사채 6000억원 어치를 발행해 10조원 이상의 유동성을 보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포드는 150억 달러 한도대출에 더해 채권발행으로 80억 달러를 조달했고, 피아트크라이슬러는 62억5000만 유로로 신용을 확보했다. 닛산은 46억 달러 신용을 요청해뒀고 도요타는 일찌감치 1조 엔을 확보해뒀다.
세계 자동차산업이 흔들리자 고용 쇼크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자동차산업은 1개의 완성차 업체를 시작으로 수많은 부품 협력사들이 포진해 있는데 어느 한 곳이라도 먼저 쓰러지면 연쇄적인 대량 실직과 도산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가 자동차 산업을 살리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1일 국내 5개 완성차업체 대표, 1·2차 부품업체 대표 등과 함께 자동차 업계의 위기 상황을 점검하고 이에 따른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자동차 업계는 정부에 유동성 지원과 함께 개소세 인하에 더해 취득세 감면도 추가적으로 시행해 줄 것을 요청했다. 성윤모 장관은 "전 세계 자동차 판매 감소가 가시회되는 등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며 "필요시 관계부처와 함께 지원 대책 마련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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