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코어의 일부 임직원들이 최근 골프 회동을 진행, 논란이 일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인 상황에서 부적절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모기업인 두산그룹이 공적지원 1조원을 받는 등 경영위기 상황과 맞물려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두산인프라코어의 임직원 골프 모임에는 최근 코로나19의 최대 감염지로 부상한 미국 출장 직원까지 참석, 단순 친목도모를 넘어 집단행동으로 비춰지고 있어 회사 차원의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 2월 코로나19의 확산이 본격화된 이후 그룹 차원에서 대면접촉 최소화를 위해 개인 모임 최소화 등의 지침을 사내에 하달한 바 있다. 업무적 미팅 최소화도 동시에 진행했다. 지난 24일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SNS 방송 플랫폼을 활용해 언택트 형태로 신제품을 발표한 것도 이 같은 일환에서다.
직장인 익명 어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는 "회사에서 영업하라고 받은 골프 회원권을 자기들끼리 사용하다니, 미국 전시회 출장 다녀온 팀장은 자가격리 기간이 아닌가"라는 글이 올라왔다. 특히 "영업조직 리더들이 골프대회를 열었다는데 힘없는 직원들만 고통 분담,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하나" 라는 지적도 나왔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중공업의 자회사다. 모기업인 두산중공업이 경영위기로 휴업을 추진하는 등 직원들이 구조조정 압박을 받고 있고, 골프 모임 전날인 27일 국책은행이 1조원의 긴급자금을 지원하기로 하는 등 경영이 엄중한 상황에서 골프를 즐긴 것은 적절하지 못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업계 일각에선 임직원간 소통을 강조해온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의 '소통 리더십'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임직원간 소통을 강조하며 그룹 경영에 나섰던 만큼 위기 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지만 제대로 된 성과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는 탓이다.
올해 당장 갚아야 하는 회사채 규모는 1조2000억원에 달한다. 당장 다음달 6000억원 규모의 외화공모채 만기가 도래한다. 오는 6월엔 총 5600억원 규모의 일반 단기사채 만기도 다가온다. 그러나 두산중공업이 사업을 통해 들어오는 현금은 갈수록 줄고 있다. 경영 악화가 지속되면서 최근 5년간 당기순손실이 1조원을 넘어섰다. 영업활동으로는 금융비용을 감당하기 힘들다. 무엇보다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금융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두산중공업의 회사채 상환이나 만기연장도 어렵게 됐다.
두산중공업은 그동안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는 등 자구책 마련을 진행해왔다. 오너 일가까지 물밑에서 분주하게 움직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그룹이 수직 계열화된 만큼 핵심 계열사로 분류됐던 두산중공업의 부실은 그룹 전체의 부실로 연결되는 특성이 반영됐다. 지난 27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두산중공업에 1조원을 긴급지원하기로 결정한 이유다. 산업은행 측은 1조원 긴급 지원과 관련해 "두산 오너일가 32명이 보유하고 있는 보유주식이 순위에 관계없이 담보로 들어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최근 임직원의 골프 모임이 회사 차원의 '모럴헤저드'로 연결될 수 있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두산중공업 내 높은 실적을 기록하며 알짜 자회사로 분류되는 만큼 계열사 간 위화감 조성 등의 문제로 커질 수 있는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인프라코어 측은 임직원 골프 모임 논란에 대해 "회사 행사가 아닌, 각자 비용을 부담하는 형태로 친목 도모 차원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회사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최근 그룹 위기상황과 코로나19 시기에 부적절한 행동이었다고 판단, 상황을 신속히 파악해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현재 상황 파악을 진행 중"이라며 "결과에 따라 내부적으로 엄중한 조치를 취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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