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문턱 9월, 하늘은 높고 푸르다. 선선한 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오는 이 무렵은 걷기에도 적당한 때다. 특히 따가운 햇살 아래 과일은 그 향기를 더하고 오곡이 튼실하게 여물어 가니 계절의 변이도 함께 느낄 수 있어 좋다.
김형우 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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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의 평화누리길 8코스 반구정길은 조선 시대를 대표하는 방촌 황희와 율곡 이이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길이다. 황희 선생이 갈매기를 벗 삼아 여생을 보냈다는 정자 반구정(伴鷗亭)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평화롭다. 다정한 시골길을 지나 장산전망대에 오르면 탁 트인 북녘 풍경과 마주한다. 이이 선생이 제자들과 시를 지었다는 화석정(花石亭)에선 왕을 향한 일화가 전해져오는데 이곳 역시 유유한 임진강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율곡습지공원에 이르면 계절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식물들 사이로 천천히 산책하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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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 해파랑길은 '산티아고 순례길 북쪽길'이 연상된다는 평도 듣는다. 부산에서 고성까지 약 770km의 길이(산티아고 순례길 800km)와 푸른 바다를 벗 삼아 걸을 수 있는 서정적 풍경 또한 닮았다는 것이다. 해파랑길의 46코스는 속초 장사항에서 출발해 푸른 해변과 숲, 절경에 위치한 청간정-천학정으로 이어지며, 낭만과 여유를 듬뿍 즐길 수 있는 길이다. 해안길을 따라 문화유적지와 울창한 소나무 숲, 해안 절벽을 만날 수 있으며, 고성 문암항 길에서는 곳곳에 그려진 벽화 감상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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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 십승지지 금당실길(경북 예천군)
'산 좋고 물 맑은 마을', '물 위에 활짝 핀 연꽃 꽃술 아래 소담하게 자리 잡은 마을'.
정감록에서 경상북도 예천군 용문면 금당실 마을을 소개하는 말들이다. 이런 수식어가 붙은 금당실 마을의 중심에는 요즘 날씨에 걷기 좋은 길이 있다. 금당실길이다.
금당실길은 병풍바위 위에 그림처럼 올라앉은 병암정을 출발점으로 삼는 게 좋다. 금당실 마을 서쪽으로 흐르는 금곡천을 따라 걷다보면 금당실 마을로 접어드는데 마을 외곽을 두르고 있는 솔숲은 금당실 마을의 보물과도 같은 곳이다. 금당실 마을 앞 벌판 건너에는 예천 권씨 초간종택(조선 전기 주택)이 있으며, 걸음 끝에서 만나게 되는 초간정 원림(園林)은 명승 제51호로 지정되어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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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문화탐방로 01코스(경남 함양)
경남 함양군 남덕유산 자락의 화림동 계곡은 함양 8경 중 하나다. 선비문화탐방로 01코스는 화림동 계곡의 수려한 경관을 따라 6km 정도 이어진 길이다. 옛 선비들이 정자를 짓고 자연을 벗삼아 풍류를 읊던 길을 따라가 보는 코스다. 예로부터 '팔담팔정(8개의 못과 8개 정자)'으로 이름났던 화림동 계곡은 현재 거연정, 군자정, 동호정, 농월정 등 7개의 정자가 남아 있다.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고 반석과 정자가 많아 쉬엄쉬엄 걷기에도 좋다.
◇코스경로 : 거연정~군자정~영귀정~다곡교~동호정~호성마을~경모정~람천정~황암사~농월정(총 6km, 1시간 30분소요, 난이도 보통)
◆담양 오방길 05코스 누정길(전남 담양군)
무등산 자락의 담양은 정자와 원림과 별서(別墅)의 땅이다. 정계로 나갔다가 벼슬에서 물러나거나 조선시대를 뒤흔들었던 온갖 당파싸움에서 밀려난 이들이 고향으로 돌아와 곳곳에 정자와 원림을 세우고 자연에 묻혀 여생을 보내던 곳이다. 그래서 이곳은 한거와 은둔의 땅이며, 학문과 세상사에 대한 토론과 문학이 꽃핀 땅이기도 하다. 면앙정과 송강정, 명옥헌, 식영정, 소쇄원 등 영산강과 그 지류, 무등산 자락에 흩어져 있는 이들 정자와 원림은 정자문화권을 이뤘고, 여기서 가사문학이 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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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경로 : 산덕마을 입구→명옥헌원림→봉황노인정→수남학구당→광주호→식영정→가사문학관→환벽당→광주호 호수생태원→소쇄원(총 7.7km, 2시간 30분 소요, 난이도 보통)
※누정길(32km) 중 산덕마을 입구~소쇄원까지 이어지는 후반부 코스(7.7km)에 대한 정보임.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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