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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이도, 어디까지 추락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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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아이돌 가수 전소미를 앰버서더로 발탁, 대대적인 바람몰이에 나서려던 시세이도의 구상에 브레이크가 걸린 셈이다.
그런데 지금은 여러 가지 소비자 정서상의 문제로 전소미를 내세운 광고 비주얼을 노출하는 것 조차도 부담스러운 상태다. 시세이도 측은 "제품 출시는 계획대로 진행하지만, 마케팅·홍보 활동 없이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에게만 소개해드리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시세이도는 오는 9월 새로운 쿠션과 리퀴드 파운데이션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이 두 라인은 전통적으로 시세이도가 강세를 보여온 품목. 평상시라면 이미 지난달부터 대대적인 마케팅을 전개했어야 할텐데, 현재로선 크게 두드러지는 마케팅 활동은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추세라면 하반기 매출은 출발 지점부터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더 큰 문제는 불매운동이 장기화되면서, 대체 브랜드들이 뜨고 있다는 점이다.
패션·뷰티 관련 카페 등에서는 시세이도의 히트 아이템인 뷰러를 대신할 브랜드를 소개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역시 전통적으로 시세이도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선크림이나 클렌징과 관련한 대체 브랜드 경험담이나 소개글 또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상대적으로 시세이도가 강세를 보인 전문업계에서도 이 같은 불매운동 움직임이 포착된다는 점 또한 향후 시세이도의 매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드는 대목이다. 헤어샵 관계자들의 카페에는 '원장님이 시세이도 제품을 다른 브랜드로 바꾸기로 했다'는 글들이 종종 올라온다.
업계 관계자는 "염색약이나 헤어 관련 제품은 시세이도의 전체 매출에 있어 결코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라며 "특히 전문 헤어샵들은 대량구매를 하는 '큰 손'들이 많아, 현재의 불매운동 분위기가 헤어 업계로까지 번져가는 것은 이후 시세이도에 상당히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 해 기부금이 200만원도 안되다니…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국시세이도의 지난해 기부금은 '충격적'이다. 181만4597원에 불과한 것. 지난해 영업이익은 46억3635만379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시세이도의 이러한 '쥐꼬리' 기부금은 하루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2017년에도 비슷한 수치를 보인다. 당시 영업이익은 69억314만5243원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시세이도는 177만6777원을 기부금으로 내놨다.
이와 관련 시세이도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태도로 일관했다.버젓이 전자공시로 공개된 자료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가이드 라인에 따라 기부금 액수는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
'금융감독원 감사자료를 통해 누구나 쉽게 학인할 수 있는 수치인데, 왜 확인을 거부하느냐'는 질문에, 시세이도 측은 "국내 법을 적용받는 해외 브랜드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회사에서 홍보 자료를 통해 공식적으로 기부금을 공개한 적이 없다는 다른 포인트인 듯하다. (그 자료는) 주식에 관심 있는 분들이 보는 건지 모르겠으나, 명백히 글로벌 가이드 라인에 따르면 그 어떠한 수치도 공개할 수 없다"는 말만을 되풀이했다.
이어 "삼성서울병원이 주선하고 있는 소아암환자 가족을 위한 핸드마사지 등 재능기부 봉사활동을 계속해 왔으며, 장애인 단체시설인 신망애 복지재단과 장기업무협약을 맺고 장애인들의 건강과 위생을 위한 화장품, 금전지원 및 재능기부를 해왔다"는 설명으로, '쥐꼬리' 기부금에 대한 해명을 대신했다.
한편 일본 본사와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서는 "본사에 수시로 한국 불매운동 상황을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7월 초기 불매운동은 일본의 한국에 대한 부당한 무역보복 조치에 따른 반작용 차원에서 시작되었다면, 7월 하순부터는 자발적이고 조직적이며, 전국적으로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전달했다"는 것이 시세이도 측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시세이도가 한국 시장에서 상생을 위해 얼마나 고심해왔는지 냉정히 반성해야 할 때"라며 "기부금 정책부터 시작해 현재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뼈를 깎는 듯한 아픔을 감내하며 획기적인 체질 개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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