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유라이벌 SK-GS,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서 맞대결 성사될까

조완제 기자

기사입력 2019-07-23 08:23


지난 4월 매물로 나온 대형항공사(FSC) 아시아나항공의 매각공고가 임박한 가운데 그동안 손사래를 치던 대기업들이 인수전 참여를 추진하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인수전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우선 참여를 극구 부인했던 SK그룹이 카타르투자청과 아시아나항공 공동 인수 방안을 논의했다는 소식이 최근 전해지면서 재계와 항공업계는 SK그룹이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음에도 인수전 참여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분위기다. 게다가 기업인수·합병(M&A)시장에서 보수적인 행보를 보였던 GS그룹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검토하고 있어 흥행에 불을 붙이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SK에너지와 GS칼텍스를 통해 정유사업에서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SK그룹과 GS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맞대결이 성사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5일쯤 입찰 공고…매각작업 본격화

22일 재계 등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은 매각주관사인 CS증권을 통해 오는 25일쯤 매각 입찰 공고를 내고 매각작업을 본격화한다. 이후 투자의향서 접수(예비입찰), 본입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등의 절차를 순차적으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예비입찰 결과에 따라 9월 초·중순께 이른바 쇼트리스트(압축 후보군)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쇼트리스트 기업들의 매수 실사를 거쳐 10~11월 본입찰을 한 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게 된다.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12월 SPA를 맺고 경영권을 넘길 방침이다.

매각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31.06% 매각(구주 매각)과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로 진행된다.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에어서울·에어부산·아시아나IDT·아시아나개발·아시아나세이버·아시아나에어포트 등 6개 자회사도 일단 일괄 매각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

인수금액으로는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 매입에 5000억원,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한 1조원 가량의 유상증자,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더해 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웬만한 자금여력이 있는 대기업이 아니면 넘볼 수 없는 규모다.

더욱이 운용리스까지 포함하면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9조원을 넘고, 변제기한이 1년 이내에 도래하는 단기차입금도 지난 3월말 기준 3조1054억원이나 된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2626억원의 손실을 보는 등 실적은 그다지 좋지 않다.


이런 이유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뒤 유동성 위기를 겪는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재계 등에서 인수후보군으로 재무가 탄탄한 SK·한화·롯데·신세계·CJ 등을 우선적으로 거론한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그룹은 하나같이 인수 의사가 없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예컨대 지난해 4월 SK 수펙스추구협의회에 글로벌사업개발담당 직책을 신설하고 최규남 전 제주항공 대표를 부사장으로 영입함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인수후보로 떠올랐던 SK그룹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다. 항공기엔진·부품사업을 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계열사로 둬 아시아나항공과 항공정비분야에서 시너지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한화그룹도 인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발을 뺐다. 롯데·신세계·CJ그룹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검토한 바 없다고 인수전 불참을 시사하고 있다.

이처럼 대기업이 모두 인수전 참여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을 운영하는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 M&A와 관련해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며 인수의지를 드러냄에 따라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애경그룹은 삼성증권과 접촉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사업 타당성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재계나 항공업계는 애경의 인수전 참여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기는 하지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복수의 항공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의 실적이 최근 나빠지고 있는데다 재무적으로도 취약해 애경그룹이 심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유사 있는 그룹에 아시아나항공 매력적인 매물"

대기업의 손사래로 흥행부진이 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4월 서울에서 카타르투자청 관계자들과 만나 아시아나항공 공동 인수 방안을 논의했다는 소식이 뒤늦게 최근 알려진 것. 카타르투자청을 소유한 카타르 정부는 지난해 운송량 기준 세계 4위 항공사인 카타르항공 지분 50%를 갖고 있으며 카타르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 업무 제휴를 맺고 있다.

SK그룹이 카타르투자청과 인수방안을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최태원 회장이 카타르항공을 보유한 카타르 정부(카타르투자청) 측과 회동을 가졌다는 점에서 재계와 항공업계는 SK그룹의 인수전 참여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최규남 전 제주항공 대표를 글로벌사업개발 부사장으로 스카우트한 것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일환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며 "카타르항공을 갖고 있는 카타르 정부 측과 접촉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도 "아시아나항공은 항공기 연료를 연간 2조원 가량 쓰고 있어 정유사인 SK에너지를 보유한 SK그룹이 인수했을 경우 상당한 매출 증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항공기 연료인 '항공유'를 16억7023만달러(약 1조9700억원) 어치 사용했다.

이 관계자는 "뿐만 아니라 SK그룹은 SK텔레콤의 T멤버십이 있어 항공사의 마일리지와 비슷한 마케팅을 하고 있다"며 "인수하게 되면 T멤버십 등과 시너지가 상당할 것이고 빅데이터 측면에서 높은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재계에서 M&A는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신중하기로 유명한 GS그룹도 최근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흥행에 불을 붙이고 있다. 앞서의 항공업계 관계자는 "GS칼텍스를 계열사로 보유한 GS그룹도 SK그룹처럼 항공유 부문의 시너지가 상당하다"며 "SK처럼 GS도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여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이어 "정유사를 갖고 있는 그룹들이 시장에서 인수자로 거론되고 있는 것은 항공유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여기에다 아시아나항공이 속한 스타얼라이언스 항공사들을 접촉하면서 자연스럽게 마케팅을 펼쳐 항공유 매출을 더 늘릴 수 있으니, 이들 그룹에게는 아시아나항공이 상당히 매력적인 매물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GS그룹 고위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여에 대해) 얘기할 내용이 전혀 없다. 공식적으로 말할 것이 있으면 그 때 얘기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만약 SK그룹과 GS그룹이 모두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든다면 재계 서열 3위와 8위의 대결이 펼쳐지게 된다. 특히 SK에너지와 GS칼텍스는 내수 경질유시장에서 2018년 기준 시장점유율 32.1%와 24.5%로 업계 1,2위를 달리고 있는 라이벌이다. 조완제 기자 jwj@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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