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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미 판문점 회동] 美대통령 북한땅에 첫발…한반도, 분단 넘어 평화로(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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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미 판문점 회동] 美대통령 북한땅에 첫발…한반도, 분단 넘어 평화로(종합)
북미대화 재개 가시권…트럼프 "2∼3주 내 실무팀 꾸려 북미실무협상"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금단의 땅'이던 북한땅에 발을 내디뎠다.
6·25전쟁이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으로 중단된 이후 66년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판문점 군사분계선(MDL) 앞에서 김 위원장과 만난 뒤 북측 지역으로 스무 걸음 가까이 걸어 들어가 악수를 했다.
이어 북미 정상은 판문점 남측구역으로 넘어와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3명의 정상이 대화를 나눴다.
남북미 3국 정상이 한 곳에 만나 대화를 나눈 것 역시 한반도가 분단된 이후 처음이다.
이로써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향한 발걸음이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우선 미국 현직 대통령이 미국과 '적대관계'를 가진 대표적 국가 중 하나로 꼽는 북한 땅을 처음 밟은 것은 70년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를 향한 노력에 동력을 불어넣는 면에서 의미가 특별하다.
[https://youtu.be/OPdxHUhWWTE]
북한과 미국은 아직도 법적으로 끝나지 않은 6·25전쟁의 당사국이자 정전협정 서명국이며, 전쟁 이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한반도 냉전 구조를 해체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열쇠를 가진 두 나라다.
그렇기에 미국 정상이 분단의 선상에서, 그것도 1953년 정전협정이 체결된 장소인 판문점에서 북한 최고지도자와 만나 악수한 데 이어 북한 영역으로 넘어 들어간 것은 그 자체로 주는 상징적 의미가 적지 않다.
작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차 북미정상회담에 버금가는 역사적 이벤트로 평가된다.
한반도는 미·소 냉전이 1991년 종결된 이후에도 냉전의 '마지막 섬'으로 남았고, 냉전 종식 직후 불거져 악화일로를 달린 북한 핵문제는 한반도를 '신냉전의 화약고'로 불리게 했다.
그런 한반도 분단의 최전선에서 북미 정상이 만난 것은 한반도를 둘러싼 갈등을 당사국 지도자가 정치적 의지에 입각한 대화로 해결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하는 데 모자람이 없다는 평가다.
이와 같은 역사적인 만남이 '예측불가형' 지도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특별한 케미스트리에 의해, 누구도 예상 못 한 '번개 회동' 형식으로 이뤄졌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정상들의 결단이 '변화'를 선도할 수 있다는 점을 재확인시킨 셈으로 '톱다운' 방식의 접근이 가지는 유효성을 보여줬다.
또 문 대통령을 포함한 남북미 3국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난 장면도 상징성이 크다. 남북미 3국 정상이 한자리에서 만나는 일 자체가 사상 처음인데다 작년 초 이래 한반도 정세 변화를 선도해온 인물들이 한자리에 모였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북미 및 남북미 정상 회동은 지난 2월 하노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허무하게 끝난 이후 한반도 정세가 미묘하게 흘러가던 시점에 성사돼 기대감을 키운다.
회동이 성사되기 전까지 북미 양측은 비핵화의 접근 방식 등을 놓고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한 채 갈등을 이어갔다.
북미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와 민생 관련 제재 해제를 제시한 북한과, '완전한 비핵화'의 개념 규정 및 '영변 핵시설 플러스 알파의 폐기'를 요구한 미국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작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시작된 '한반도의 봄'은 중대한 시련을 맞이했다.
북한은 미국에 새로운 셈법을 요구하며 '시한'을 '연말'로 제시한 뒤 단거리 미사일 발사와 러시아, 중국과의 연쇄 정상회담을 통해 '새로운 길'을 갈 수 있음을 보여줬고 미국은 대북제재망을 다잡은 채 장기전 대비 태세로 들어선 모양새였다. 북미관계가 삐걱대면서 남북관계도 단절에 가까운 상황이 이어졌다.
이 때문에 이번 판문점 회동은 한반도 정세의 급반전을 가져올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노이 회담 이후 북미간에 불신과 대립을 이어가며 그나마 친서외교를 통해 신뢰를 유지해온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다시 만나 대화를 통한 해결 의지를 다진 것은 일단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북미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 53분간 사실상의 '회담'을 하며 상호 신뢰를 확인한 만큼 극단적인 상황 악화는 당분간 없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또 북미대화 재개가 가시화했다는 의미가 있다. 미국은 실무회담을 강조하고, 북한은 다시 정상간에 담판을 짓는 '톱다운'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양측은 2∼3주 안에 실무팀을 꾸려 실무협상을 하기로 했다.
미국은 기존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를 계속 기용하기로 했지만, 북한은 하노이 회담 당시 비건의 카운터파트였던 김혁철 대미특별대표가 아닌 다른 인물을 새로 투입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무협상의 결과는 제3차 북미정상회담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하노이에서 빈손으로 돌아섰던 두 정상이 약 4개월 만에 다시 만났고,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한다는 뜻을 밝힌 만큼 실무협상에서 성과가 있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연내에 미국에서 다시 얼굴을 마주할 수도 있을 전망이다.
그와 더불어 이번 남북미 정상회동을 계기로 한국 정부가 작년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이후 공을 들여온 3자 또는 4자(남북미중) 종전선언 관련 논의가 탄력을 받을지도 주목된다.
미국은 하노이 이후 "6·12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공약을 동시적, 병행적으로 진전시키기 위해 북측과 건설적인 논의를 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반복적으로 밝혀왔다.
이 말은 결국 싱가포르 공동성명 합의 1∼3항의 내용 중 비핵화뿐 아니라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까지도 동시·병행적으로 논의하고 이행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결국 종전선언,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등 하노이 정상회담때 논의되다 물거품으로 돌아간 북미관계정상화와 평화체제 관련 대북 상응조치들이 이번 북미,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을 토대로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럼에도 이번 판문점 회동이 최대 현안인 비핵화와 관련한 북미간의 견해 차이를 일거에 해소할 계기가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실속' 없는 '외교 쇼'로 평가절하하는 시각도 있다.
사실 하노이회담 이후 북미간에 실질적인 비핵화 관련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신경전이 계속된 터에 북미 정상의 짧은 만남 이후 한쪽이 전격적으로 양보를 할 것으로 기대할 근거는 부족하다.
내년 대통령 선거전에 내세울 대표적 외교성과로 꼽는 북미관계에서 성과를 이어가고 싶어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실무협상보다는 트럼프와의 특별한 관계에 기대 협상을 재개하길 바라는 김 위원장의 이해가 일치한데 따른 '일회성 이벤트'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하지만 역사적인 이번 이벤트가 한반도 관련 대화 흐름에 동력을 공급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이번 트럼프-김정은 회동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의 의미가 가장 크다"며 "기본적으로 하노이 회담에서 드러났던 비핵화 등 관련 근본적 이견의 해소는 앞으로 실무협상에서 풀 과제"라고 말했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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