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만 닦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힐링도 함께 얻습니다."
1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퍼샤는 현재 약 22만명의 회원이 가입, 국내 최대 규모의 디테일링 동호회다.
이들로부터 차량 세차 및 관리에 대한 묘미와 이야기들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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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밤 9시 인천의 한 셀프세차장에 한 무리의 차량들이 연이어 나타났다. 이들은 퍼샤의 인천·부천팀으로 약 30명이 이날 모임에 참석했다.
회원들은 차량의 보닛을 열어 열을 식힌 뒤 부스마다 차량을 입고했다.
세차는 고압수로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것을 시작으로 폼칠, 미트(걸레질), 휠 세척, 고압수 뿌림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사실 이날 세차장에 모인 퍼샤 회원들은 다른 일반 차주들과 단번에 구분할 수 있었다.
복장 뿐만 아니라 차량의 상태와 장비에서 확연히 차이가 있었기 때문.
물이 튀는 것을 막기위한 방수 앞치마를 착용한데다 물만 뿌렸음에도 차량이 유리처럼 빛났다. 게다가 다양한 개인장비까지….
회원들의 용품은 카샴푸, 왁스, 유리세정제, 각종 타월부터 분무기, 광택기까지 총 20개 품목 정도로, 금액으로는 보통 30만~50만원 수준이다.
이들이 세차를 마친 시간은 밤 12시. 중간 간식 시간을 포함해 평균적으로 3~4시간씩 걸린 셈이다.
이날 모임을 주최한 김재중씨(직장인)는 "일부 회원은 6~7시간의 공을 들이고 심지어 밤 12시에 세차를 시작해 곧바로 아침 출근을 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퍼샤 회원들이 이처럼 공들이며 세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퍼샤의 총대표인 이주혁 매니저(강사)는 "깨끗해진 차량을 보면 뿌듯함과 성취감이 든다. 그리고 땀을 흘리며 한 가지에 몰두하다보면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사랑하는 가족이 함께 타기에 안전과 건강을 위해 더욱 세심하게 관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신입회원은 "최근 차량을 바꾸고 나서 남다른 관리를 하고 싶어 동호회 활동을 시작했다"면서 "다른 회원들로부터 조언과 노하우를 배우고 있다"고 전했다.
끈끈한 유대감 형성도 동호회 활동의 이유다.
인천·부천팀 리더 김재중씨는 "1시간 이상 거리의 회원들도 모임에 나오는데, 이는 좋은 사람들과 같이 어울리고 삶의 즐거움을 찾기 위함"이라며 "이를 통해 마음의 힐링과 함께 감성을 느끼는 것으로 어찌보면 깨끗한 차량 관리는 덤인 셈"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들은 눈·비 예보가 있거나 미세먼지가 심하다는 얘기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단순히 세차의 결과를 만족하기 보다는 차를 닦는 과정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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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디테일링에는 생활 속 과학이 숨어있다.
예를들어 시멘트 물로 인한 오염은 식초 물을 타월에 ?Ъ 붙여 놨다가 세척하고, 접착테이프 및 스티커 제거엔 휘발성 유기 용제를 이용한다.
요산 성분으로 이뤄진 새똥은 약산성인 식초 희석물 등으로 제거하고, 단백질이 주된 벌레 사체가 묻으면 식초 등의 약산성 또는 가정용 표백제 등과 같은 약알칼리성 제품으로 지울 수 있다.
곧바로 닦아주는 게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물티슈를 사용했다간 자칫 도장면에 흠집을 낼 수도 있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사체나 배설물에는 모래·흙 등이 섞여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엔 치약을 차량라이트 세척에 이용했지만 현재는 전용 제품을 사용한다. 면봉은 실내외 구석이나 틈을 닦는데 간혹 쓰이기도 한다.
이 대표는 "초보 회원들은 용품들을 한 번에 모두 구입하기 보다는 다른 회원들의 제품을 체험해보거나 도움을 얻어 갖추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물을 뿌릴 때에도 '스킬'이 필요하다.
처음엔 약하게 45도로 분사되도록 조절해 뿌려 물의 소비를 줄이는 한편 먼지로 인한 도장면 훼손을 막는다.
이후 분사각을 15도로 좁혀 고압으로 쏴 차량샴푸와 먼지가 함께 묻어 떨어지도록 한다. 이때 차량의 윗부분부터 물을 뿌려 마치 폭포수나 비올 때처럼 위에서 아래로 흐르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차량의 온도와 수질도 신경쓰는 부분.
차량이 너무 뜨거운 상태에서 물을 뿌리거나 지하수를 사용하면 물의 얼룩과 도장면의 손상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퍼샤 회원들간 통하는 '전문용어'도 있다.
'세린이(세차+어린이)', '세벙(세차 번개모임)', '혼세(나홀로 세차)' 뿐만 아니라 공용으로 함께 사용하는 의미의 '동네왁스', 차량 코팅후 비를 맞으면 표면장력으로 구슬 모양의 물방울이 맺히는 '비딩(beading)' 등이다. 초보들의 경우 간혹 용어를 잘못 이해해 실수를 자아내기도 한다.
한 회원은 분무형 물 왁스제품(피니쉬케어)을 뜻하는 '에프킬라'를 오해해 실제 모기약을 자신의 차량에 뿌리기도 했다는 것. 또한 표면 보호제품인 DGPS를 '돼지피'라고 부르는데 이를 두고 한 초보자는 "실제 피를 바르나?"하고 의아해했다고 회원들은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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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샤 회원들은 이웃사랑 실천에도 앞장선다.
'퍼팩트샤인 자원봉사팀'에 속한 회원들은 관내 장애인 및 어르신들의 차량, 사회복지기관 소속 차량들을 관리해주는 것 뿐만 아니라 최근엔 소방차 세차 자원봉사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
소방차 세차는 소방관들의 안전운전을 위해 유리창 발수코팅과 유막 제거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회원들은 이를 위해 휴가를 내거나 휴일을 반납하기도 한다.
봉사팀의 김동현씨(공연업)는 "우리 차만 닦지 말고 사회 환원 차원에서 해보자라는 취지로 시작했다"며 "차량 수리는 못해 드리지만 새 차 받았을 때의 기분을 다시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세차 도움을 드릴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른 지역 회원들도 이같은 활동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세차 봉사뒤 얻는 뿌듯함을 모두가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퍼샤 회원들은 평일 밤 늦게 또는 휴일 이른 아침에 셀프세차장을 방문한다.
이는 세차장 업주와 다른 손님들에 대한 배려다. 디테일링을 하다보니 아무래도 장시간 자리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모임 후엔 세차장 뒷정리까지 깔끔하게 도맡아 해주기도 한다.
이주혁 매니저는 "당연히 해드려야 할 부분"이라며 "모임 후엔 세차장 뒷정리도 회원들이 나서서 한다"고 전했다.
오늘 밤에도 퍼샤 회원들은 또 하나의 추억과 감성을 가슴에 오롯이 담고 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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