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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거리 화장실이 진화를 계속하고 있다. 몸과 마음의 성이 일치하지 않는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LGBT)가 이용하기 쉽도록 궁리한 화장실이 있는가하면 세련된 화장용 공간을 마련해 고객유치를 겨냥한 화장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천장에 반사경이 달린 화려한 조명기구를 설치한 화장실도 나타나고 있다. 맹도견 등 동반동물용 화장실도 등장, 요즘은 화장실이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 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오이타(大分)현 벳푸(別府)에 있는 리쓰메이칸(立命館)아시아·태평양대학은 휠체어 사용자용 화장실에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는 영어와 일본어 안내문을 붙였다.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한 결과다. 이 대학이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 263명 중 54명이 자신을 성소수자인 'LGBT 당사자'라고 답했다.
가고시마(鹿兒島)시 시로야마(城山)호텔 가고시마는 건물내 5개 화장실에 리쓰메이칸대학과 같은 취지의 안내문을 붙였다. 투숙객의 15%가 외국인이어서 "성소수자에 대처하는게 세계적인 과제"라는 설명이다.
변기 메이커 토토의 조사에서는 트랜스젠더의 30% 정도가 외출중 화장실에 들어갈 때 주위의 시선에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답했다. 성별에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는 넓은 개별 화장실을 이용하고 싶다는 사람이 70%에 달했다. 성소수자의 권리를 상징하는 무지개색 마크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에 붙이자는 의견도 있지만 조사에서는 당사자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이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는 한편 '들어갈 때 자신의 성이 드러날까' 불안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표시를 바꿔 대응할 수 있는 휠체어 이용자용 화장실은 숫자가 제한적이고 새로 넓은 개별 화장실을 설치하려면 별도의 공간이나 부지가 필요하다. "시설의 규모가 크지 않으면 어렵다"(토토 담당자)는게 현실이다.
후쿠오카 종합체육관 측은 맹인안내견 등 '보조견'용 개별 화장실도 설치했다. 용변 후 뒤처리를 할 수 있도록 샤워 시설도 갖췄다.
후쿠오카시 조정경기장의 여성용 화장실에는 붉은 색을 바탕색으로 한 세련된 실내에 화장대가 줄지어 설치돼 있다. 작년 4월 2억여 엔(약 20억 원)을 들여 리모델링하면서 새로 설치했다. 경기장 사업부 관계자는 "조정경기장이 어둡고 지저분해 무섭다는 이미지가 있어 여성과 가족 동반 내장객이 편한 느낌이 들도록 바꾸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재래식 변기를 양변기로 바꾸고 어린이용 소변기도 들여놓았다.
후쿠오카 번화가인 덴진(天神)의 상업시설이 화장실 진화를 선도하고 있다. 2012년부터 한 발짝 앞서 화장실을 새롭게 변신시킨 솔라리아플라자 3층의 남자 화장실은 이용자가 들어서면 센서가 작동, 머리 위에서 거울달린 장식등이 돌아간다. 덴진 지하상가의 화장실은 "영국 소설가의 서재"를 이미지화해 서양서적을 쌓아 놓는 등 4곳에 각각의 테마를 설정했다. 상업시설은 깨끗한 화장실을 이용하려는 고객이 온 김에 물건도 사기를 기대하고 있다. 아기에게 젖을 먹일 수 있는 '베이비휴게실'을 설치한 한 상업시설의 홍보담당자는 '휴게실 가까이에 있는 잡화매장의 어린이용품 매출이 늘었다"고 밝혔다. 맞은 편에 있는 홍차매장은 수유기 엄마를 고려해 카페인이 들어있지 않은 상품을 전면에 전시하고 있다.
유력 가설주택업체인 LIXIL 홍보담당 가와이 신타로는 "헤이세이(平成) 초반 전후 시기부터의 버블경제가 화장실에도 확산해 백화점 등의 화장실이 깨끗해지는 등 진화해 왔다"면서 "화장실이야말로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말했다.
lhy5018@yna.co.kr
<연합뉴스>